이재용 부회장 임원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
30대 상무·40대 부사장 대거 발탁
여성·외국인 승진자도 17명

삼성전자가 임원인사를 통해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발탁했다. 직급과 연차 상관 없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임원으로 발굴해 세대교체를 가속화 하겠다는 의도다. 다양성과 포용성 확대를 위해 외국인과 여성 임원을 확 늘린 것도 이번 임원인사의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9일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다양성 확보다. 특히 젊은 임원의 발탁이 눈에 띈다. 30대 신임 상무는 DS부문 2명, SET부문 2명 등 총 4명이다. 2021년 임원 인사에서 30대 상무 승진자가 단 1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 인사로 풀이할 수 있다. 40대 부사장(과거 전무 이상 임원)은 총 10명이 탄생했다.

김찬우 SET부문 부사장(왼쪽)과 손영수 DS부문 부사장. 40대인 이들은 삼성전자 2022 정기 임원인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삼성전자
김찬우 SET부문 부사장(왼쪽)과 손영수 DS부문 부사장. 40대인 이들은 삼성전자 2022 정기 임원인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삼성전자
김찬우 SET부문 삼성리서치 스피치 프로세싱 랩장은 부사장 승진자 중 가장 어린 45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 부사장은 음성처리 개발 전문가다. 디바이스 음성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한 전략제품 핵심 수고점 강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손영수(47)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부사장은 D램 설계와 상품기획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손 부사장은 차세대 D램 제품 로드맵을 구축하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등 삼성전자의 D램 사업 경쟁력을 높인 인물이다.

고봉준(49) SET부문 VD사업부 서비스 소프트웨어 랩장과 박찬우(48) SET부문 생활가전사업부 IoT 비즈그룹장, 이영수(49) SET부문 글로벌기술센터 자동화기술팀장, 홍유진 SET부문 무선사업부 UX팀장, 신승철(48)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영업팀, 박찬익(49) DS부문 미주총괄 등도 40대 부사장으로 승진한 주요 인물들이다.

왼쪽부터 박성범·김경륜·소재민·심우철 상무. 이들은 삼성전자 2022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30대 신임 상무로 승진했다. / 삼성전자
왼쪽부터 박성범·김경륜·소재민·심우철 상무. 이들은 삼성전자 2022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30대 신임 상무로 승진했다. / 삼성전자
2022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인물은 박성범 DS부문 S.LSI사업부 SOC설계팀 상무다.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전문가인 그는 CPU와 GPU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AMD와 GPU 설계도를 공동 개발하는 등 능력을 갖췄다. 삼성전자 미래 먹거리 중 하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데, 박 상무를 발탁했다는 것은 향후 AP분야에 더 힘을 실어주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8세인 김경륜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상무는 D램 제품의 코어 및 아날로그 설계 전문가다. 칩셋 아키텍처와 저전력 설계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향후 삼성전자가 만들 DRAM의 설계 역량을 향상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소재민(38) SET부문 VD사업부 선행개발그룹 신임 상무는 영상 인식 및 처리 분야 기술 전문가다.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화면내 컨텐츠 분석 툴을 개발하고 화질 자동 최적화 기능 개발에 기여하는 등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인물이다.

심우철(39) SET부문 삼성리서치 시큐리티 1랩 상무는 보안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오픈소스내 취약점 분석을 자동화하고 지능형 보안위협을 조기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의 보안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왼쪽부터 장 주드 버클리 부사장, 올라프 메이 상무, 양혜순 부사장, 강은경 상무. 외국인·여성인 이들은 2022년 삼성전자 정기 인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 삼성전자
왼쪽부터 장 주드 버클리 부사장, 올라프 메이 상무, 양혜순 부사장, 강은경 상무. 외국인·여성인 이들은 2022년 삼성전자 정기 인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 삼성전자
외국인과 여성 임원도 다수 발탁됐다. 2020년 인사에서 외국인 여성 임원 승진자 수는 10명이었는데, 올해는 17명으로 그 수가 늘었다. 외국인 신임 임원은 SET부문 2명, DS부문 2명이다. 여성 신임 임원은 SET부문 10명, DS부문 3명이다.

장 주드 버클리 SET부문 SEA법인 모바일 비즈장은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B2C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미국 스마트폰 매출과 M/S 확대 등 모바일 사업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라프 메이 SET 부문 SEG법인 상무는 유럽 모바일 영업 전문가다. 독일 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확대와, 웨어러블 사업 고성장을 이끌었다. 온라인과 B2B 등 판매채널 다각화로 매출 성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양혜순 SET부문 생활가전사업부 CX팀장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양 부사장은 가전개발과 상품전략 등에 능한 가전 전문가로 비스포크 컨셉을 개발했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현 가전 시대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은경 SET부문 VD사업부 프로덕트 소프트웨어 랩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TV 제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다. QLED와 네오 QLED 상품화 소프트웨어, 스마트TV 소프트웨어 등 TV 상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젊고 우수한 경영자 육성을 가속하기 위해 이번 인사부터 직급 체계도 바꿨다. 기존에 상무, 전무,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3단계 승진 단계에서 전무와 부사장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했다. 상무와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2단계 승진으로 단순화해 향후 유망 임원을 부사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과주의 원칙 하에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리더십 보강을 위해 큰 폭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