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작정하고 선보인 12세대 프로세서의 반응이 괜찮다. 처음에는 CPU 사용률 100%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다소 높은 발열과 전력 소모 등 부정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식으로 출시되고 사용자 경험이 늘면서 12세대 프로세서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모양새다.
커뮤니티 등지에도 12세대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으로 넘어가도 될까 묻는 질문들이 점차 늘고 있다. 중하위 등급의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가 빨리 출시되고, DDR5 메모리의 공급량이 늘어 가격만 안정화된다면 12세대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도 사용자층이 급증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이들에게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기반 최신 PC가 어울릴까. 용도와 목적별로 12세대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을 추천하는 경우를 정리해봤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에 대해 가장 관심이 많은 이들은 단연 ‘게이머’들이다.
경쟁사인 AMD의 4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에 ‘최고의 게임용 CPU’라는 타이틀을 내주었던 11세대 프로세서와 달리, 이번 12세대는 아직 100% 최적화가 덜 된 상태에서도 4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넘어서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최근 게이머들이 더욱 중시하는 ‘1% 이하 프레임’에서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상 깊다. ‘1% 이하 프레임’이란,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의 프레임레이트(초당 프레임) 중 전체 평균에서 하위 1% 구간의 프레임레이트를 의미한다. 이 값이 높을수록 게임의 전반적인 프레임레이트가 안정적이라는 의미고, 또 게임 중 순간적으로 뚝뚝 끊기는 느낌이 줄어든다. 그만큼 같은 게임도 더욱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다소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빠르고 쾌적한 게임 환경을 추구하는 게임 마니아라면 12세대 프로세서를 추천한다. 특히 12세대 최고의 가격 대비 성능 제품으로 떠오른 ‘코어 i5-12600K’ 프로세서가 추천 1순위다.
이번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하이브리드 아키텍처’를 적용, 고성능의 ‘퍼포먼스 코어(P코어)’와 고효율의 ‘에피션트 코어(E코어)를 동시에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일반 코어와 같은 P코어의 수가 경쟁사 제품처럼 대량으로 늘지는 않았지만, 이를 보조하는 E코어가 전체 코어 개수가 늘어난 효과를 제공, 코어 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전문적인 작업에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 결과, 각종 멀티 코어 성능 테스트에서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코어 및 스레드 수가 더 많은 같은 등급의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도 전반적으로 크게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비슷한 가격 기준으로 비교하면 오히려 더 나은 점수를 보이기도 한다. 그때문에, 작업 시간을 줄여 생산성과 작업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영상이나 이미지, 그래픽 등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특히, 별도 그래픽카드 없이 CPU 내장 그래픽의 하드웨어 가속만으로도 4K급 영상 편집 작업에서 빠르고 쾌적한 프레임 검색과 상당한 속도의 인코딩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콘텐츠 작업에서 하드웨어 가속에 필요한 그래픽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를 찍고 있다. Xe 아키텍처 기반 준수한 내장 그래픽을 기본으로 갖춘 12세대 프로세서의 주가가 덩달아 오르는 모양새다. 물론, 코어 수가 가장 많은 코어 i9-12900K와 그보다 코어 수는 약간 적지만, 가성비는 훨씬 뛰어난 코어 i7-12700K가 추천 대상이다.
구매한 지 3년 이상 된 인텔 8세대 이하 시스템 사용자들도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특히 이들 중에는 성능이 잘 나옴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브랜드 선호도, 일부 애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복잡하고 까다로운 세부 세팅 등이 부담스러워 AMD의 4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로 넘어가지 못한 이들이 상당수다.
이전 11세대 때 업그레이드 타이밍을 놓친 대기 수요자들에게 12세대는 차세대 DDR5 메모리도 지원하고, 최신 시스템인 만큼 이번에 업그레이드하면 당분간은 안심하고 쭉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분명 매력적이다. 12세대 프로세서 중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코어 i5-12600K와 코어 i7-12700K가 오랜만에 PC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다.
다만, 현재 메인보드가 최상급인 Z690 칩셋 제품만 출시된 상황이고, DDR5 메모리는 아직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일반 소비자들은 구경하기도 힘들다. 그만큼 비싼 가격은 덤이다. 다가오는 CES 2022에서 인텔이 12세대를 지원하는 중급 이하 보드 칩셋을 선보이고, DDR5 메모리 공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급한게 아니면 좀 더 버티다가 업그레이드 타이밍을 내년 1월 이후로 조금만 더 늦추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