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도입 기업이 늘며 보안 시장의 동반 성장이 기대되지만, 실제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 보안 기업은 클라우드 보안의 실 수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생각만큼 기업의 클라우드 보안 투자 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보안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클라우드 보안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상당수 기업은 클라우드 운영관리 서비스 기업(MSP)을 통해 클라우드를 도입한다. 보안 제품에 대한 선택권은 MSP에 위임한다.

하지만 MSP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보안 비용을 최소화하거나 자체 개발한 보안 제품이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외산 제품을 주로 쓴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보안 업체의 제품은 외면한다.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급성장하는 해외와 대비된다.

12일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기업들이 MSP를 이용해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운영하며, 고객을 확보하려면 MSP에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며 "외산 보안 제품을 소싱한 MSP는 그것을 먼저 팔아야 해 한국 보안 기업을 배제하기도 하며, 국내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저비용 사업 수주 탓에 ‘고객한테 그 돈(보안 제품 비용) 못 받는다’는 하소연을 한다"고 말했다. 가격을 인하해 달라고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셈이다.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구매 문화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관계자는 "기업들의 전체 시스템 비용 중 보안 비용은 10~15% 수준이며, SW를 제값주고 사용하기 보다 무료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등 묻어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클라우드 보안은 기존 보안 분야와 방식이 전혀 다르다 보니 고객사의 이해도가 낮고, 보안 기업 내부에서 조차도 클라우드 보안 사업과 관련한 역할과 의무(R&R)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안 업계 관계자는 "MSP가 자체 보안 관리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자사 제품을 밀어넣는 경우도 있다"며 "클라우드 보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너무 많아진 MSP들 끼리 고객사를 뺏어오기 위한 수주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무게감이 작은 보안은 오히려 손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최근 클라우드 보안 시장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스템통합(SI) 솔루션 기업은 물론 보안 업체들도 MSP에 뛰어들었다. 국내 정보보안 1, 2위 기업인 안랩과 윈스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이 MSP에 뛰어든 배경에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MSP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 커진 탓이다. 안랩과 윈스는 MSP 진출 배경에 대해 고객의 수요 확대를 꼽았다.

윈스 관계자는 "금융과 공공 시장에서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늘고 있다"며 "MSP에 뛰어든 이유는 클라우드 4개 영역(컨설팅>구축 >운영 >보안)에서 하단인 보안에서 상단인 운영과 구축, 컨설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이어 "MSP 사업은 몸집 경쟁 보다는 클라우드 보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실리 위주의 전략을 펼칠 것이다"고 덧붙였다.

안랩 관계자는 "클라우드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보안이 빌트인된 클라우드 설계· 구축·운영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며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2월 보안 특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안랩 클라우드'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