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은 18세기 중기(1734년~1766년) 제작 작품들의 경매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18세기 중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총 30명의 작가의 71작품이 77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12월1일자 칼럼에서 다룬 18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총 37명의 작가의 157작품이 163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이와 비교하면 18세기 중기에 제작된 작품들이 18세기 초기에 제작된 작품보다는 더 적게 거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된 이 작가들의 작품 낙찰가 평균은 약 6800만원으로 약 1억 7000만원이었던 18세기 초기 제작 작품들의 평균가격보다 더 낮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1755년 영조 31년에 제작된 경혜인빈상시죽책(敬惠仁嬪上謚竹冊)이다. 이 작품은 2020년 5월 27일 신사동 K옥션 경매장에서 케이옥션이 주최한 ‘메이져경매’에서 13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경혜인빈상시죽책은 조선의 선조(1552~1608)의 후궁이었던 인빈 김씨(仁嬪 金氏, 1555~1613)에게 시호를 올린 후 그 신위를 올린 사당과 무덤을 격상시켜 이장, 의례를 봉헌하며 제작된 죽책이다. 죽책이란 조선 왕실에서 책봉, 존호, 시호, 휘호를 올리거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대나무에 글을 써 엮어 놓은 문서를 의미한다.

조선의 21대 왕이었던 영조는 1755년 인빈의 사당을 건축하고 그 묘를 이장하면서 죽책을 만들었는데 그 기록이 ‘경혜인빈상시봉원도감의궤’에 잘 기록되어있다. 경혜인빈상시죽책은 영돈녕부사 이천보가 지었고, 이조판서 신만이 썼다고 알려져있다. 죽책은 60개의 대나무 조각을 6개씩 1첩으로 엮어 총 10첩으로 만들어졌다. 첩마다 11~13자의 글자를 새기고, 이금(금박가루를 아교에 개어 만든 특수 염료)으로 모든 글자를 채워 장식했다.

경혜인빈상시죽책이 거래되었던 2020년 5월 27일 케이옥션 메이져경매에는 간송 전형필이 지켰던 금동불상 2점이 유찰된 날이기도 했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작품의 연간 총 낙찰액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위 표를 보면 18세기 중기 제작 작품들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되기는 했으나 2002년부터 2014년까지는 거의 거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20년에 거래된 약 14여억원 중 13억6000만원이 경혜인빈상시죽책을 감안하면 사실상 2020년에도 거의 거래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경매 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가 발표되며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의 차이가 클수록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컨센서스 밴드의 크기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작품 가치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추정가를 최소 추정가로 나눈 컨센서스 밴드는 1.05에서 2.38 사이에서 변화했다. 다른 작품군과 비교했을 때 18세기 중기 제작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는 평범한 수준이다. 게다가 이에 18세기 중기 제작 작품들의 가격을 추정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지는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18세기 중기에 제작된 작품의 경매데이터를 이용해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의미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칼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하겠다.

칼럼을 위한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도와준 아트파이낸스 그룹의 데이터분석 담당, 류지예 팀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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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