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애플실리콘 ‘M1 프로’와 ‘M1 맥스’는 발표 즉시 PC 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출시한 첫 애플실리콘 ‘M1’도 상당한 성능과 퍼포먼스로 파란을 일으켰는데, ‘M1 프로’와 ‘M1 맥스’는 그보다 훨씬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화제를 모은 M1 프로와 M1 맥스를 탑재한 첫 제품인 맥북 프로 신모델이 나왔다. 1차 출시국인 미국과 북미 등에 이어, 국내서도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윈도 노트북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신형 맥북 프로는 상당히 관심 있고 흥미로운 제품이다. 신형 맥북 프로 중 16인치 모델을 입수해 며칠 간 사용해봤다.

신형 애플 맥북 프로 16 모델 / 최용석 기자
신형 애플 맥북 프로 16 모델 / 최용석 기자
신형 맥북 프로는 기존 모델과 외형부터 꽤 많이 변했다. 기존 맥북 제품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완만한 곡선 라인을 자랑했는데, 신형 맥북 프로는 커버 상판이 평평하게 바뀌었다. 두께도 모든 위치가 똑같다. 네모난 직육면체 형태에서 모서리만 둥글게 깎은 형태다. 이는 오히려 전전 세대 구형 맥북 프로에 더 가까운 모양새다.

외관이 ‘클래식’해져서 그런지 모서리가 좀 더 둥글고 부드럽게 마무리된 것도 차이점이다. 샤프한 맛은 좀 덜하지만, 기존 맥북의 단점(?)이었던 모서리 흠집 등이 덜 발생할 것 같다. 물론, 커버 중앙에는 어김없이 검은색 애플로고가 큼직하게 박혀 있다.

평평한 커버 상판과 둥글게 마감된 모서리 등은 전전 세대 구형 맥북 프로에 가깝다. / 최용석 기자
평평한 커버 상판과 둥글게 마감된 모서리 등은 전전 세대 구형 맥북 프로에 가깝다. / 최용석 기자
커버 안쪽은 은회색 알루미늄 바디에 검은색 키보드, 키보드 좌우의 큼직한 스피커와 하단의 트랙패드 등의 모양이 기존 맥북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키보드 상단에 터치 디스플레이 방식의 ‘터치 바’가 사라졌고, 키보드가 키캡뿐 아니라 주변부까지 검정색으로 바뀌면서 살짝 인상이 달라졌다.

터치 바가 없어지면서 펑션 키도 물리적인 키로 돌아왔다. 크기도 다른 일반 키와 같아져 일반 ‘기능키’로서의 편의성도 나아졌다. 오른쪽 끝에 터치 아이디 센서도 덩달아 커져 사용하기 좀 더 편하다.

키보드 상단 터치바가 없어지면서 좀 더 클래식한 맥북 스타일로 바뀌었다. / 최용석 기자
키보드 상단 터치바가 없어지면서 좀 더 클래식한 맥북 스타일로 바뀌었다. / 최용석 기자
신형 맥북 프로는 외형뿐 아니라 각종 확장 포트 구성도 좀 더 ‘클래식’하게 변했다. 썬더볼트 포트만 달려있던 최근 맥북 제품들과 달리 풀사이즈 HDMI 포트와 SD카드 리더 등 사라졌던 확장 포트들이 다시 돌아왔다.

왕년의 자석식 충전단자 ‘맥세이프’도 부활했다. 클래식 맥북 팬이면 정말로 반가운 기능이다. 다만, 최근에는 맥북이든 윈도 노트북이든 타입 C로 PD 충전을 하는 게 익숙해서인지, 오히려 자석식 맥세이프 단자가 오히려 낯설다.

신형 맥세이프 단자(왼쪽)를 비롯해 SD카드 리더, HDMI 포트(오른쪽) 등도 추가됐다. / 최용석 기자
신형 맥세이프 단자(왼쪽)를 비롯해 SD카드 리더, HDMI 포트(오른쪽) 등도 추가됐다. / 최용석 기자
물론, 최대 전력인 140W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전용 어댑터와 맥세이프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이미 친숙하고 최대 100W까지 공급할 수 있는 타입 C PD 충전만으로 충분하다.

며칠간 맥북 프로를 사용하면서 가장 감명 깊은 것은 바로 화질이다. 최근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최신 노트북들을 여럿 사용해보면서 그 화질에 감탄했었는데, 이번 맥북 프로는 LCD 기반 화면인데도 OLED 노트북이 부럽지 않은 화질을 자랑한다.

특히 동영상이나 사진 등을 열 때 화질이 확 살아난다. 이는 단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백라이트 광원으로 구역별로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를 사용, 현재 보이는 화면의 명암을 표시 내용에 따라 세밀하게 조절하기 때문이다.

OLED 데모용 영상을 재생하는 모습.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디스플레이는 OLED 못지 않은 뛰어난 화질과 명암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OLED 데모용 영상을 재생하는 모습. 마이크로 LED를 탑재한 디스플레이는 OLED 못지 않은 뛰어난 화질과 명암을 제공한다. / 최용석 기자
사실 OLED 디스플레이가 일반 LCD보다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도, 자체 발광하는 OLED의 장점을 살려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표시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구조로 명암을 구현하는 마이크로 LED를 사용한 만큼 OLED 못지않은 뛰어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OLED의 단점인 번인 현상 문제도 없다. 다만, 마이크로 LED의 구조상, 화면 패널 뒤쪽에 작은 LED가 촘촘히 박혀있기 때문에 화면 두께가 살짝 두꺼워진 것은 피할 수 없다.

신형 맥북 프로 16의 내장 사운드 시스템은 어지간한 외장 스피커보다 뛰어난 음질과 출력을 자랑한다. / 최용석 기자
신형 맥북 프로 16의 내장 사운드 시스템은 어지간한 외장 스피커보다 뛰어난 음질과 출력을 자랑한다. / 최용석 기자
화면 못지않게 감명 깊은 부분은 바로 ‘사운드’다. 간단히 표현하면, 고성능 사운드바 시스템 못지않은 오디오 성능을 노트북이라는 플랫폼에 집어넣은 것과 같은 수준이다. 체감상 수십만 원짜리 스피커 수준의 음질과 음량, 출력을 뽐낸다.

볼륨을 최대로 올리면 거실 정도의 공간을 충분히 채울만한 쩌렁쩌렁한 출력을 제공하면서 소리의 뭉개짐이나 울림이 매우 적다. 애플에 따르면 16인치 모델 기준으로 두 개의 트위터(고음 유닛)와 4개의 포스 캔슬링 우퍼(진동 저감 저음 유닛)를 이 작은 본체 안에 탑재했다. 평범한 노트북을 한참 뛰어넘는 스피커 시스템이 고품질의 뛰어난 사운드를 실현한 셈이다.

이러한 사운드 품질은 영화나 음악 등의 콘텐츠 감상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전문가급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영상이나 음악 등을 제작하거나 편집하더라도 맥북 프로 자체 오디오만으로도 고품질의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영상 편집 등 전문가 수준의 작업에서 더욱 향상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사진이나 영상 편집 등 전문가 수준의 작업에서 더욱 향상된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다. / 최용석 기자
물론, 이번 신형 맥북 프로의 가장 핵심은 바로 ‘성능’이다. 비록 신형 맥북 프로의 성능을 100% 체감할 수는 없었지만, 주로 사용하는 사진 편집 작업만 해도 분명 차이가 느껴지는 수준이다. 윈도 기반 데스크톱과 노트북에서는 고해상도 사진을 처음 불러오거나 각종 효과 등을 적용할 때 다소 멈칫하는 모습을 종종 경험했었는데, 같은 사진을 신형 맥북 프로에서 열어서 같은 작업을 해 보니 물 흐르듯 지체 없고 부드럽게 효과 등이 적용된다.

테스트용으로 대여한 신형 맥북 프로 16 모델은 M1 프로 프로세서에 32GB 메모리를 탑재한 모델이다. 평소 사용하던 윈도 PC들의 사양이 나름 최신에 고사양급임을 고려해도, 충분히 퍼포먼스 차이를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각종 사진 작업 등을 하는 중에 발열이나 팬 소음이 거의 없는 것도 인상적이다.

16인치 모델 기준으로 2.1㎏이 넘는 무게는 장시간 휴대하며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 최용석 기자
16인치 모델 기준으로 2.1㎏이 넘는 무게는 장시간 휴대하며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 최용석 기자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기존 M1 기반 맥북이 인텔 기반 제품보다 훨씬 얇고 가볍게 나왔던 것과 달리, 신형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은 이전 인텔 기반 맥북 프로 16인치 모델과 비교해도 무게나 두께가 크게 차이 없다는 것이다.

무게만 해도 2.1㎏이 넘다 보니, 장시간 들고 다니기에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개인적으로 신형 맥북 프로를 산다면, 16인치 모델보다는 훨씬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14인치 모델을 선택할 것 같다.

신형 맥북 프로는 일반 사용자보다는 본격적인 사진·영상·음향 등의 전문가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신형 맥북 프로는 일반 사용자보다는 본격적인 사진·영상·음향 등의 전문가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 최용석 기자
또 하나는 이번 신형 맥북 프로가 평범한 일반 사용자가 쓰기에는 다소 과분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맥에 대한 사용 경험이 충분하고, 이미 M1 기반 맥북 에어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 사용자에게 추천할만하지만, 단지 화질이나 성능에 혹해 구매하기에는 가성비도 떨어지고, 오히려 사양을 낭비하는 꼴이다.

일상 업무, 간단한 사진 및 영상 편집 정도의 작업 용도라면 오히려 기존 M1 기반 맥북 에어를 더 추천하고 싶다. 물론, 본격적으로 사진이나 영상 전문가, 콘텐츠 제작 전문가들이 쓰기에는 비싼 가격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임은 분명하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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