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합한 금액이 총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유럽·중국 시장에서 설비 신·증설을 확대하고, 하이니켈·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투자에도 힘을 실은 결과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3분기까지 배터리 3사가 집행한 전체 시설투자비는 5조1129억원이다. R&D 비용 1조3061억원을 합하면 총 비용은 6조4190억원에 달한다. 3사가 4분기 2조3000억원 이상 시설투자·R&D 비용을 기록할 경우, 2020년(6조7000억원) 합산 금액보다 30%쯤 늘어난 8조71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1조5910억원의 투자를 했다. 미국 얼티엄셀즈 공장 투자가 5484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폴란드 자동차 전지 증설에 2762억원, 중국 빈강 공장에 2981억원, 중국 남경 공장에 4684억원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총 생산능력은 2025년 43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올해 3분기 말 155GWh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온
SK온은 올해 미국 조지아 주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시설투자에 2조3933억원을 투입했다. SK온은 40GWh 수준인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리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대대적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SDI의 3분기 누적 배터리 시설투자액은 1조1286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다. 경쟁사들이 미국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삼성SDI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다. 2025년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120GWh쯤으로 관측된다. 같은 시기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 3분의 1, SK온의 절반쯤에 그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최윤호 사장 선임을 계기로 내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 삼성SDI
삼성SDI 헝가리 법인 / 삼성SDI
올해 3분기 누적 R&D를 살펴보면 삼성SDI가 6438억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썼다. LG에너지솔루션이 4530억원, SK온이 209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4분기 비용 지출을 포함하면 3사 모두 2020년 R&D 비용 대비 증가가 예상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R&D 비용 증가는 양극 니켈 함량을 90% 이상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4월 LG와 SK 간 배터리 소송 종료에 따른 긍정적 여파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삼성SDI(6.6%)로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3.4%)과 SK이노베이션(0.64%) 순이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