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을 합한 금액이 총 9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미국·유럽·중국 시장에서 설비 신·증설을 확대하고, 하이니켈·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투자에도 힘을 실은 결과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발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1년 3분기까지 배터리 3사가 집행한 전체 시설투자비는 5조1129억원이다. R&D 비용 1조3061억원을 합하면 총 비용은 6조4190억원에 달한다. 3사가 4분기 2조3000억원 이상 시설투자·R&D 비용을 기록할 경우, 2020년(6조7000억원) 합산 금액보다 30%쯤 늘어난 8조7100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총 생산능력은 2025년 43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올해 3분기 말 155GWh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3분기 누적 배터리 시설투자액은 1조1286억원으로 3사 중 가장 적다. 경쟁사들이 미국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삼성SDI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다. 2025년 기준 삼성SDI의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은 120GWh쯤으로 관측된다. 같은 시기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 3분의 1, SK온의 절반쯤에 그친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최윤호 사장 선임을 계기로 내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R&D 비용 증가는 양극 니켈 함량을 90% 이상 높인 하이니켈 배터리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본격화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며 "4월 LG와 SK 간 배터리 소송 종료에 따른 긍정적 여파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1년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삼성SDI(6.6%)로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3.4%)과 SK이노베이션(0.64%) 순이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