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사업 확대가 뜨거운 감자다. 이통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참여한 후 인지도가 높아진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이들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한 후 중소 사업자가 위기에 빠졌다. 정부가 최근 규제 카드를 내놓고 고심하는 배경이다.

현재 알뜰폰 시장에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 KT 자회사인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를 포함해 5개의 이통 3사 자회사가 있다. 알뜰폰 시장은 가격 경쟁이 두드러지는 데, 이들이 상당액의 마케팅비를 쓰면서 출혈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로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시장 환경인 셈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개선 의지를 보였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11월 정부 행사에서 "이통 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막고자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해 보니 과기정통부의 이 같은 의지 표명은 개선 방향과 관련 논의가 구체화하지 않은 선언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 해결이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그 사이 이통 3사 자회사는 알뜰폰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양정숙 국회의원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휴대폰 회선 기준 이들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3월 45.7%에서 10월 49.9%로 늘었다. 알뜰폰 업계는 이통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이 12월 들어 과반을 넘겼을 것으로 본다. 향후 이통 3사 자회사를 포함한 대규모 일부 사업자만 알뜰폰 시장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가 더는 결단을 미뤄선 안 된다. 섣부른 규제만큼 뒤늦은 규제도 시장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출혈 경쟁을 버티지 못한 중소 사업자 상당수가 손을 뗀 알뜰폰 시장에서 뒤늦게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다. 현재 국회와 알뜰폰 업계에서 논의되는 것처럼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이 독과점이 되지 않도록 50% 제한을 두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규제 정당성을 고민한다면 알뜰폰 시장의 도입 목적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정부는 애초에 알뜰폰 시장을 도입해야 할 이유로 다수 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꼽았다. 기존 통신 시장이 이통 3사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시장 경쟁 저하로 생길 수 있는 우려를 개선하고자 했다. 중소 사업자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이 아닌, 통신 시장의 다양하고 건전한 경쟁 회복이라는 현실론이 정부 앞에 놓인 진짜 과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