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핀테크랩] 2030 CEO "불편한 경험 참지 않았죠"

이은주 기자
입력 2021.12.22 06:00
금융권이 MZ 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에 주목한다. 스타트업을 이끄는 2030 젊은 CEO들은 일상 속 ‘불편함'에 주목한다. 전통 서비스에서 제공되지 않아 맞닥뜨려야 했던 불편한 경험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기획했다. 서울핀테크랩이 후원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CEO) 4명은 기존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있을까 하는 고민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한다.

박성훈 오프널 대표 / 오프널 제공
박성훈 오프널 대표 "신용 없는 분할결제를 할 수 있다면?"

‘소비의 미학' 서비스를 운영하는 박상훈 오프널 대표가 마주한 일상 속 불편함은 ‘할부 결제'다. 할부 서비스는 신용도가 높아야만 받을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사회생활 초입에 있는 MZ 세대에 신용 서비스는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박성훈 대표는 "대학 시절 용돈과 아르바이트로 인한 수익이 있었지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었다"며 "원하는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고 나면 그 달에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런 불편함에 주목했다.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도 대안 신용평가 모델로 평가하고 할부 구매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분할결제 핀테크 플랫폼 사업으로 이어졌다.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면 Z세대도 분할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수요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오프널이다. 오프널은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에게 분할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는 지마켓과 협약을 맺고, 오프널이 일부 금액을 소비자 대신 먼저 지마켓에 지불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은 네이버페이처럼 어떤 플랫폼에서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페이 형태로 최적화된 단계는 아니다. 소비의미학 회원이 지마켓에서 구매를 원하는 상품을 캡처해서 소비의미학에 등록하면, 소비의미학이 상품 금액의 절반을 대신 내주는 구조다. 한도도 적다. 20만원까지만 소비의미학이 대신 내준다. 이를 정해진 기간 내 소비자가 갚아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의미학은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 1년쯤 운영되고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이용자의 다양한 욕구를 확인했다.

박 대표는 "현재는 소액 한도인 20만원까지만 내주는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지만, 한도 증액 수요나 더 다양한 분할결제 모델 등에 대한 요구가 꽤 많다"며 "자체 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한도 상향을 테스트하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결제 모델을 구상하고, 하반기에는 네이버페이처럼 페이먼트 서비스로도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 수요가 존재하지만 전통 금융에서는 신용평가 기준을 갖추지 못해 서비스가 공급되지 않았던 Z세대를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도 진행한다.

박 대표는 "지금은 돈을 갚지 않는 사람들의 데이터도 필요하다. 타이트하게 서비스 이용자를 자체 신용평가 모델로 거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신 내주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행동 데이터 확보에도 힘쓴다. 물론 동의한 소비자를 기반으로 소비의미학을 통해 다양한 쇼핑 습관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용평가 모델이 더 고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부엔까미노 제공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 평범한 이를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이수영 부엔까미노 대표는 증권사에서 법인 브로커와 펀드 매니저를 경험했다. 업무 경험이 쌓일수록 안타까운 상황을 마주했다. 고액자산가가 아닌 평범한 이들이 부자가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부재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또 평범한 이들은 금융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부족했다. 평범한 사람도 전략적으로 자신의 부를 불릴 수 있도록 돕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가 부엔까미노를 통해 개인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자산관리의 출발은 ‘종잣돈' 모으기다. 자신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관리 할' 돈이 필요하다. 부엔까미노가 개인 맞춤형 저축 서비스를 먼저 준비한 이유다. 다만 전통 금융권이 제공하지 못하는 저축 서비스의 불편함을 고민했다. 기존 은행의 저축 서비스는 소비자 개인의 상황과 목표에 따라 저축하는 것이 어려웠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입금하는 데 급급했다.

부엔까미노는 ‘원하는 때에 원하는 금액만큼만', ‘재밌게’ 저축하면서 자산 관리를 할 수 있게 토대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개인이 자신의 생애 주기에 따른 재무목표를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즐겁게' 저축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내년 1월 본격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자동차 구입, 내 집 마련, 결혼 같은 개인별 재무목표를 설정해놓고 통장을 자동연계시키는 다양한 펀세이빙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펀세이빙을 통해 이용자 데이터가 누적되면 이를 본격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저축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 적합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추천하는 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수많은 금융 추천 서비스 중 펀세이빙의 강점으로 ‘중립성'을 꼽는다. 자신의 금융 서비스로 ‘팔이 굽는' 금융사와 달리, 핀테크 기업으로서 다양한 금융사 서비스를 중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고객에게 가장 최적화된 서비스를 알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자산관리 섹터는 중립성이 중요하다"며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비해 중립성 이슈에서 자유롭고 이것이 저희의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원 빌드블록 대표(왼쪽)와 이지웅 부대표. /빌드블록 제공
빌드블록 ‘큰돈' 오고 가는 미국 부동산 투자 과정의 불신과 불편함에 주목

부동산은 자산관리 핵심이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은 국내 부동산뿐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 부동산 투자 사업도 진행한다. 달러라는 안정 자산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투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의 ‘큰돈'이 오간다.

문제는 적지 않은 금액이 오가는 해외 부동산 사업 상당수가 상당히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 플랫폼 빌드블록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원 대표와 이지웅 부대표는 이 같은 시장 불투명성이 유발하는 불신에 주목했다. 암암리에 부동산 브로커를 통해서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기문제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두 대표 모두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건설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집안 배경이 강점이 됐다. 대학 동기인 이들은 자연스럽게 미국 부동산 거래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시장의 불투명성이 낳는 불편함에 주목했다. 이에 빌드블록은 미국 부동산을 불안하게 거래하는 과정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구글 부동산 개발팀에서 일을 한 정 대표가 미국에서, 이 부대표가 한국에서 각각 일하며 거래를 중계한다.

빌드블록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구매 과정의 불신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나선 만큼, 부동산 구매 전과정을 토털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이 부대표는 "직접 저희가 구매를 하고 세금 문제까지 처리한다"며 "실제 현지에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팀으로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로컬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면서 좋은 물건을 찾는 것에도 힘쓴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 낡은 집을 수리하는 공사팀을 보유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켜 투자를 중계하는 역할도 한다.

법인 설립은 2018년이다. 이 같은 사업모델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거래 금액이 지난 3분기 기준 3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 투자도 쏟아지고 있다.

이 부대표는 "신한캐피털, 하나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 부동산 지역 확장도 진행 중이다. 그는 "초기에는 캘리포니아와 등 제한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했지만, 뉴욕과 텍사스 지역까지 커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밋플레이스, 적합한 모임 장소 찾기의 불편함에 주목

강귀선 위밋플레이스 대표 / 위밋플레이스 제공
강귀선 위밋플레이스 대표도 일상에서 반복해 경험한 불편함 해소의 욕구가 사업의 출발이었다. 동아리와 동호회에서 모임과 약속을 이끌던 그는 모임원이 만족하는 최적의 만남 위치를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꼈다. 새로운 동호회 회원이 가입할 때마다 일일이 사는 지역을 조사해야 했다. 적합한 중간 장소를 매번 찾아야 하는 데 드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강 대표는 이 같은 불편함에서 착안해, 약속 플랫폼을 만들고 위치 기술을 적용해 장소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용자가 출발지를 입력하면 적합한 중간 만남 장소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모임 구성원이 어디까지 오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적 모임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여보려는 시도였다.

이 같은 기술 활용 범위는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될 수 있다. 만남을 주선하는 다양한 플랫폼에 위밋플레이스 기술을 적용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예컨대 중고거래 과정에서 CCTV가 존재하는 거래에 적합한 안전한 위치를 추천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에는 적합한 사무실 위치를 추천해 줄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 위밋플레이스의 기술이 접목되면 해당 플랫폼 서비스는 더 똑똑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위밋플레이스는 처음 천착한 B2C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B2B 서비스로 확장을 밟고 있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지인 모임에만 집중했다. 중고거래 같은 분야로 포커스를 맞추면서 기업으로부터 투자 제안이 오는 등 사업을 전환하는 단계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을 개발해 플랫폼에 납품하고 비용을 받는 수익모델 다각화도 구현할 수 있다.

강 대표는 "다양한 산업에 접목시켜 줄 수 있는 맞춤형 기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모델을 구현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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