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년 전기차 보급 및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구축 예산안을 확정했다. 2021년 1조1000억원쯤이었던 예산은 2022년 1조9000억원쯤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20만대, 전기차 충전기 6만대를 추가 보급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1년 사이 2배 가까이 뛰었다. 전기차, 충전기 관련 예산은 사업을 집행하는 환경부의 2022년 예산안(11조8500억원)의 16%쯤을 차지한다. 예산안에 기재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인프라 구축이 환경부의 2022년 최중요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구축 사업은 걱정이 앞선다. 2021년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보급됐던 충전기가 연초부터 연말까지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충전기업체 대영채비와 파워큐브코리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대영채비는 테슬라의 DC콤보 어댑터와의 호환 문제가 발생해 모델Y 등의 충전을 금지한 채 원인을 파악 중이다. 파워큐브코리아는 데이터 서버 이전 중 통신 오류로 장시간 동안 충전기 사용이 불가능했다.
특히, 파워큐브코리아는 9월 전력거래소 조사 기준 국내 충전기 점유율 1위로, 콘센트형 충전기(케이블형 충전기) 다수를 전기차 소유주에게 보급해왔다. 국내 많은 전기차 소유주는 아파트 등 다세대 주택이 많은 국내 주거환경 특성상 콘센트형 충전기를 사용해 충전한다. 파워큐브코리아에서 데이터 센터와 서버 이전 후 발생한 통신 오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워큐브코리아의 콘센트형 충전기를 구매했던 전기차 소유주는 주말 동안 18시간쯤 충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전기차 충전기 업계는 충전 불편의 1차적인 책임이 파워큐브코리아의 미흡한 운영과 늦은 복구에 있겠지만, 환경부와 정부도 관리감독 소홀 책임도 있다는 시각이다.
콘센트형 충전기 보급은 2021년 2만4000기를 목표로 1대당 50만원 보조금을 따로 책정한 ‘정부 장려 사업'이다. 서버와 통신 오류는 흔히 일어나는 예측 가능한 문제다. 기업에서 대응책을 준비해 사전에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와 환경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런 인프라 유지에 대한 감독이나 규정 확립 등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한국의 전동화 시장을 구성하는 본체라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는 끊임없이 피와 에너지를 공급하는 심장에 가깝다. 심장이 멈추면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전기차도 충전 인프라의 원활한 사용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전기차 인프라의 규모 확장도 중요하지만, 전기차 충전이 필요할 때 정작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2022년에 2배로 늘어난 전기차 보급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예산은 빛이 바랠 수 있다. 새해에는 정부와 환경부가 2021년보다 나아진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관리 감독과 가이드 제시를 통해 기업 성장과 전기차 소유주 만족도를 모두 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