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IT) 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국내 대표 중후장대 기업들이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로봇 등 첨단 기술 상용화와 친환경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중후장대 기업들이 저마다의 신기술을 선보이며 미래먹거리 선점에 나섰다.

MWC(Mobile World Congress)・IFA(International Funkausstellung)와 함께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로 꼽히는 CES는 그 해의 기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장으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가전・IT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기업이 행사에 참여해 외연이 더욱 확장됐다.

2년 만에 오프라인 행사로 열리는 CES2022에는 가전・IT・자동차 뿐만 아니라 조선・중공업 등 국내 주요 중후장대 기업들이 참여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CES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글로벌 조선사가 CES에 참여하는 것 역시 최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등이 참여한다/CES2022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현대중공업그룹, 두산그룹 등이 참여한다/CES2022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CES 참가에 대해 미래먹거리 선점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고부가의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 때문이다.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번 CES에서 다양한 첨단기술을 공개해 미래 선박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아비커스(Avikus)의 자율운항 ▲산업과 일상의 로봇화 ▲해양수소 밸류체인 부스 등을 운영하며 해양모빌리티 분야의 미래상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산업기계와 에너지 분야에서는 각각 AI·로봇 기술을 접목한 첨단 제품과 친환경 기술을 앞세운 미래 비전을 소개하며 해당 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것 역시 시장 선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 사장은 이번 행사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유수기업과의 사업협력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연내에 경영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이는 두산그룹의 경우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듀산퓨얼셀, 산업차량, 두산로보틱스 등 7개 주요 계열사 CES2022에 대거 참가한다.

앞서 11일 두산그룹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트라이젠(Tri-gen) ▲폐플라스틱 수소화 기술 ▲수소드론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소 점검 솔루션 ▲수직이착륙 고정익 수소드론 DJ25 ▲완전 전동식(All-Electric) 로더‘T7X ▲PFC(Patterned Flat Cable) ▲카메라 로봇 등 7개 제품과 기술이 CES 2022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수소, 로봇 등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해당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두산의 미래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의 지원사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CES2020에 직접 참석해 사안을 챙긴 바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주요 임원진의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CES2022에서는 첨단 우주산업 관련 기술도 소개될 예정이다. 제로G, 시에라스페이스 등 우주 산업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이에 국내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도 참관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기업 우주산업'의 중심에 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우주분야 실무진을 중심으로 참관단을 꾸리고 있다. KAI 관계자는 "부스는 참여하지 않고 참관만 하는 일정이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