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콘텐츠 인공지능(AI) 기업 클레온이 자체 개발한 ‘딥휴먼 기술' 기반의 서비스 ‘카멜로’와 ‘클링’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다. CES 2022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으면서다. 앞서 클레온은 카카오가 점찍은 스타트업으로도 업계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AI 스타트업 정상에 서고 싶다는 진승혁 클레온 대표를 서울역 신사옥에서 만나 클레온의 기술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진승혁 클레온 대표. / 클레온
진승혁 클레온 대표. / 클레온
90년대생 창업자의 기발한 생각으로 세워진 회사

진승혁 대표는 1993년생의 젊은 창업자다. 그는 불과 21살의 나이에 창업에 뛰어들었다. 휴학 후 떠난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에서 깨달음을 얻어 당시 유행하던 루왁커피를 유통하는 사업이 그 시작이다.

진 대표는 이후 여러 회사를 창업했다.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겪었다. 또 탄탄한 기술력, 비즈니스 모델(BM), 투자, 체계적 조직 구조 등 회사를 꾸릴 때 필요한 중요 요소를 배웠다. 그는 "창업은 빨리하면 할수록 깨닫는 게 많다"며 "다양한 창업은 경험치를 쌓게 해준 귀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클레온 창업은 엉뚱한 상상이 계기가 됐다. 그는 세법 인터넷 강의를 듣다가 강사가 유명 연예인의 얼굴과 목소리로 수업을 한다면 집중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진승혁 대표는 "상대방이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콘텐츠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며 "한국인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국어로 만든 영상을 AI가 서양인으로 변환해 영어로 전달하면 인지적 향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멜로’와 ‘클링’은 CES 2022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각각 혁신상을 수상했다. / 클레온
‘카멜로’와 ‘클링’은 CES 2022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각각 혁신상을 수상했다. / 클레온
자체 개발 기술로 3가지 서비스 선보여

클레온은 ▲카멜로 ▲클링 ▲클론 등의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들 서비스의 원천은 모두 딥휴먼 기술이다. 기존 게임 엔진을 활용하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든다. 클레온은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자 자체 개발한 딥휴먼 기술을 이용해 네트워크 모델을 구성한다.

자체 개발 기술인 만큼 개발 과정에서 진통도 겪었다.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이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세 번의 퀀텀점프를 했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꾸준히 하면 원하는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꾸준한 기술 개발로 클레온은 올해 7월 첫 서비스 카멜로를 출시했다. 카멜로는 실시간 영상 공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영상 속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원하는 얼굴과 목소리로 바꿀 수 있다. 이미 플랫폼에 존재하는 영상을 본인 얼굴로 바꾸거나, 본인이 원하는 영상을 올려 얼굴을 교체할 수 있다. 딥페이크나 윤리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포르노나 유명인 불법 촬영물을 걸러내는 필터도 만들었다.

클론은 2022년 1분기 출시될 가상인물 챗봇이다. 화상 채팅 기능을 제공한다. 박물관 도슨트, 여행 가이드, 쇼호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5060세대의 경우 홈쇼핑을 많이 보는데 비해 모바일 앱 결제를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클론의 쇼호스트가 모바일 앱을 키는 순간 등장해 이용자가 찾는 물건을 알아서 찾아주고 결제까지 함께 해줄 수 있다.

클링은 영상의 음성이 자동으로 다국어로 더빙되는 서비스다. 내년 2분기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진 대표는 클링이 앞으로 교육계에서 많이 활용될 것이라 예상했다. 세계 각국의 공통교육 과정이 다른데 클링을 활용하면 인터넷 교육 플랫폼 등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스탠퍼드 대학의 강의를 한국에서 무리 없이 들을 수도 있다.

클레온 직원들. / 클레온
클레온 직원들. / 클레온
미국을 거점 삼아 글로벌 무대로 확장

클레온의 강점은 ‘코어 기술’이다. 진 대표는 "우리만큼 빠르게 적은 데이터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없다"며 "MIT 역시 우리와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통 국내 기술 스타트업은 기술을 비즈니스적으로 잘 풀지 못해 사업이 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기술뿐 아니라 사업성도 탄탄하고 무엇모다 콘텐츠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투자도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올해 8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엔 16억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클레온의 누적 투자액은 40여 억원으로 기업가치는 약 400억원에 이른다.

클레온은 일본 지사에 이어 내년 초 미국 지사 설립을 앞두고 있다. 미국 사무실은 코트라(Kotra)의 지원을 받았다. 진승혁 대표는 미국 지사가 설립 후 본사를 미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만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최적화를 위해서다. 이를 위해 최근 성수동에 이어 서울역에도 사무실을 세웠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역 사무실을 세계화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진승혁 대표는 내년이 본격적인 매출을 내야할 중요한 시기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매출 목표도 설정했다. B2B 모델에 가까운 클링을 기반으로 50억원, B2C에 가까운 카멜로는 100만 누적 다운로드수와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30만명 정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해외시장에 주력을 두는만큼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에서 발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승혁 대표는 "구글이 검색 최적화를 이뤄 성공을 거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최적화를 이뤄 인간의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클레온의 최종 목표다"라며 "이런 비전을 바탕으로 AI 스타트업 중 최고의 기업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클레온이 ‘시장에서 훌륭하고 똑똑한 이들이 오고 싶은 회사’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