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는 ‘전 전동화(all-electric)’ 비전을 천명했다. 교통사고 제로, 탄소 배출 제로, 교통 체증 제로라는 GM 글로벌 성장전략을 내걸고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엔지니어링 팀의 역할이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는 GM 내에서는 미국 센터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엔지니어링 센터로 글로벌 차량 개발 업무를 주도하기 위해 2019년 1월 한국지엠으로부터 독립 분할됐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 한국지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 한국지엠
3300명 이상의 엔지니어, 디자이너,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자인에서 생산 기술, 최종 차량 검증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차량 개발이 가능한 시설을 갖춘 덕에 쉐보레 스파크, 트랙스, 크루즈, 트레일블레이저, 볼트EV 등 글로벌 차량 개발을 주도해 왔다.

한국 GMTCK 기술력, GM 전기차 엔지니어링의 핵심으로 부상

한국지엠과 함께 본사의 전동화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GMTCK가 담당한 전기차의 시작은 ‘쉐보레 볼트EV’였다.

볼트EV는 뛰어난 효율과 다이내믹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시킨 기념비적인 모델로, 출시 당시 주행 시야가 탁 트인 전면부와 미래적인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제품 중 최초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400㎞가 넘는 주행 거리를 인증받으며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볼트EUV(오른쪽)과 2022 볼트EV / 한국지엠
볼트EUV(오른쪽)과 2022 볼트EV / 한국지엠
이를 시작으로 GMTCK에서는 현재 500명의 한국 엔지니어가 GM의 전동화 비전을 위해 다수의 글로벌 EV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로베르토 렘펠 GMTCK 사장은 11월 열린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GM의 전동화 전략에서 GMTCK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연한 얼티엄(Ultium) 플랫폼과 얼티파이(Ultif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EV 프로그램을 통해 GM 글로벌 엔지니어링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GM이 2025년까지 한국 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10종을 출시해 보급형 모델부터 고성능 차량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들을 제공한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한국팀에 대한 GM 본사의 신뢰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다.

볼트EUV 실내 / 한국지엠
볼트EUV 실내 / 한국지엠
한편, GMTCK는 전기차뿐 아니라 전반적인 GM 글로벌 엔지니어링에 있어 자동차 설계, 동력 시스템, 제조 장비 설계 분야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GM 산하 브랜드의 20개 이상의 글로벌 자동차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미래 모빌리티 관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본사에서도 놀란 메이드인코리아 저력으로 GM의 전략적 요충지 역할까지

한국지엠은 2018년 이뤄진 GM의 투자를 바탕으로 핵심 사업의 경영 정상화 달성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한 두 개의 글로벌 신차 플랫폼이 바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출시 예정인 글로벌 크로스오버(CUV) 모델이다. 트레일블레이저와 글로벌 CUV는 모두 GMTCK의 주도 하에 개발됐다.

현재 한국지엠의 실적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는 2020년 1월 출시 이후 한국은 물론,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수출 효자‘ 반열에 올랐다.

이러한 성공을 발판 삼아 한국지엠이 선보일 글로벌 CUV 역시 한국과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한국지엠의 흑자전환을 이끌 모델 중 하나로, 생산거점인 창원공장에서는 2023년 출시 및 연간 25만대 규모의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비 구축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수년 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두 차량을 앞세워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다. GM은 전 전동화 전략의 기틀을 닦기 위해 내연기관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았다. 스티브 키퍼 GMI 사장은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국지엠에게 중요한 것은 2023년 한국에서 출시되는 글로벌 CUV 차량이다"고 언급한 이유다.

GM의 한국 사업장은 GM의 ‘전 전동화’ 전환 과정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 셈이다. 로베르토 렘펠 GMTCK 사장은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내연기관 차량을 설계하는 것은 GM의 전동화 여정의 중요한 일부다"며 한국의 GMTCK가 개발한 트레일블레이저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새로운 CUV 프로그램으로 이러한 성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래 GM 엔지니어링의 중심으로 ‘우뚝’ 설 준비

GMTCK는 향후 더 많은 글로벌 소형 및 준중형 SUV, CUV 타입 제품 등 GM의 주요한 글로벌 차량들에 대한 연구개발 프로그램들을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따라 GMTCK는 최근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신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 200여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추가 채용하고 신기술을 위한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미래차 연구를 위해 2023년까지 GM의 글로벌 전기차 프로그램 전담 엔지니어 인력을 기존 대비 2배 확대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설비투자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GMTCK가 개발한 글로벌 CUV를 담당한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3월 신규 도장공장을 설립에 이어 차체공장, 프레스공장, 조립라인 등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GMTCK는 9월 청라 주행시험장 내 능동 안전 시험로 등 신규 테스트 시설을 확충하면서 역량 강화에 나섰다. 올해 말까지 각종 건물 및 시험주행로에 대한 리모델링을 진행, GM내 GMTCK의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계획이다.

GMTCK의 디자인센터 역시 최근 사무실 리모델링과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 툴 및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설비를 갖추며 보다 협력적인 작업환경과 신기술에 적응하기 위한 시설 업그레이드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GMTCK 디자인센터 / 한국지엠
GMTCK 디자인센터 / 한국지엠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