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 필요한 병·의원에 투자자를 연결하는 모우다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국내 1호 의료전문 금융 플랫폼으로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지선 모우다 대표는 모우다가 메디컬 전문 P2P 금융 플랫폼으로서 의사가 의료에만 집중하도록 ‘서포트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IT조선은 전지선 대표를 여의도 사옥에서 만나 모우다의 역량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전지선 모우다 대표. / 모우다
전지선 모우다 대표. / 모우다
수요 꾸준한데 공급 없는 점 파고들어

전지선 대표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게임 이론과 통계를 가르치는 정치학 교수로 일했다. 실생활에 응용된 비즈니스 모델(BM) 개발에 흥미를 느껴 모우다를 창업했다. 전지선 대표는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에 관한 사업 아이템을 2015년부터 구상했다.

기본적으로 소득이나 현금유동성이 좋은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영역이 의료계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은 전국 모든 병원의 정보를 공개했다. 그는 이를 이유로 사업자의 데이터를 모아 사업을 시작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각 기관은 개별 병원의 매출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몇명의 어떤 의사가 있고, 몇개의 병상을 확보하는지를 API로 공개한다.

시장 규모도 적지 않다. 모우다의 사업을 처음 꾸리기로 시작할 무렵인 2016년 11월 전지선 대표는 전국각지 400여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해 수요를 읽었다. 또 앞으로 10년간 의사 4000명이 매년 배출될 예정으로 개원 의원의 경우도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약 2500개에 달했다.

매년 배출되는 의사와 개원 의원수는 꾸준한 데 비해 닥터론은 신용대출로 취급 받다보니 10년 전 기준인 3억원을 밑돌고 있다. 자금의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데 금융기관은 정책에 따라 탄력적으로 자금을 늘려줄 수 없다.

또 병의원은 원칙적으로 법인화가 불법으로 민간의료기관의 97%가 개인사업자다. 확장이나 개원에 필요한 자금 조달 창구가 제한적인 셈이다. 전지선 대표는 이런 점들을 파고들어 지금의 모우다를 만들었다.

모우다 플랫폼 이미지. / 모우다
모우다 플랫폼 이미지. / 모우다
투자자 자금 모아 의료인에 대출

모우다는 올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대출액은 약 600억원(23일 기준)으로 평균 수익률은 12.14%다.

모우다가 서비스하는 분야는 대출과 투자다. 일반인이 모우다의 플랫폼에 가입해 1만원, 10만원, 100만원 등 투자하면 이게 투자금이 돼 의료인 대출의 재원이 된다. 쉽게 말해 투자자와 대출자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역할을 모우다 서비스가 하는 셈이다.

전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전국의 모든 소아과 매출은 30%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때 단기 자금 수혈이나 회복이 안돼 어려움을 겪는 병·의원이 많다. 특히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병원들은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 조치를 한 뒤 정상적으로 매출을 회복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국내 다수 병·의원은 개인사업자로 운영된다. 이렇다보니 자본을 조달할 창구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진료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을 조정해 자금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번달 매출이 적게 나올 것을 예상해 의사를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전지선 대표는 "이때 모우다가 중장기 운영 자금을 공급해 해당 병·의원이 위기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는 좋은 병원을 골라주는 역할을 한다. 기준은 명확하다. 우선 정량적으로 병원 매출 규모를 가장 많이 보고 의사 수가 급변하는지도 검토한다. 진료 중단 사태가 발생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지표는 하루에 한번 업데이트 되고 모우다는 기관에서 일주일에 한번 자료를 받아온다.

/ 모우다 홈페이지 갈무리
/ 모우다 홈페이지 갈무리
젊은 의료인과 함께 성장해 ‘종합 의료 플랫폼’ 되는 게 목표

모우다의 최종 목표는 의료 부문에서 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종합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전지선 대표는 이를 위해 의료전문 금융 플랫폼으로서 의료 금융의 외연 확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모우다가 구상한 내년도 사업계획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병의원 직접 대출뿐 아니라 의료 유통 공급망에 금융 서비스를 도입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의약품 유통 시장의 경우 도소매상이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금액은 26조원에 달한다. 다만 금액을 바로 지급받지 않고 일종의 관행에 의해 대금 지급이 보통 3개월에서 6개월까지 미뤄진다. 이때 모우다가 도소매상에 매출채권을 지급해 대금을 바로 지급하고 병원에는 대금을 지원하는 방식의 금융 서비스를 진행하려 한다. 다음으로 집중할 사업은 지난달 초 출시한 의사들의 멤버십 서비스 ‘닥터스 클럽’의 확대다. 개원을 꿈꾸는 의사들에게 정확한 컨설팅 정보를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다.

전지선 대표는 "앞으로 이 서비스를 발전시켜 1인 병·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를 위한 매출정산 서비스, 전문가 칼럼 등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종합 의사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대표는 모우다가 2030 젊은 의료인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또 생애주기에 따른 금융과 경영정보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동반자가 되길 희망한다. 의료인이 개원부터 은퇴계획에 이르기까지 생애 모든 단계에서 모우다를 먼저 떠올렸으면 한다는 의미다.

전 대표는 "앞으로 의료인에게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단순하게 제공하게는 게 아니라 정보의 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