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를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이 구글을 제치고 올해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한 가운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영상을 추천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에서는 틱톡의 관심사 반영 알고리즘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틱톡/IT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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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틱톡이 미성년자와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성적인 콘텐츠와 약물, 섭식장애 관련 영상을 반복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중 감량 동영상,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유발하는 수만개 영상을 큐레이션해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틱톡은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독특한 알고리즘에 기반해, 올해 구글보다 많은 이용자가 방문한 사이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WSJ는 지난 9월 틱톡 알고리즘 추천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가상 계정을 만들어 실험했다. 이 가운데에는 10대 청소년으로 설정한 계정도 포함됐다.

틱톡은 가입 직후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인기 영상을 우선 추천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 계정마다 영상에 머무른 시기나 클릭한 태그 차이를 섬세히 반영해 추천 영상을 달리 구성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틱톡이 10대 청소년 설정 계정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유발하는 수만개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WSJ에 따르면 13세로 설정한 12개 계정에서는 체중 감량과 관련된 영상이 수만개 큐레이션 됐다. 추천된 영상은 300칼로리 미만을 섭취하는 팁이나, 며칠 동안 물만 먹을 것을 권장하는 등 극단적 다이어트 팁을 담은 내용 등이 포함됐다.

크리스마스 전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이나, 날씬해지는 것을 포기한 소녀들의 수치심을 주제로 한 영상 등도 존재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영상은 미성년자 성희롱이나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추천되기도 했다. 추천 영상으로 표기된 콘텐츠는 대부분 조회수 1만회 미만의 영상으로 제작자가 불분명했다. 날씬함과 다이어트를 강조하는 영상이 대거 추천되어 피드를 구성한 것이다. WSJ는 "날씬함을 이상화하는 영상이 청소년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 취재에 따르면 청소녀들 일부는 틱톡앱에 몰입하면서, 마른 체형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아져 건강을 잃었다. 식단을 극단적으로 제한해 단백질 부족 현상에 직면하고, 담석이 생겨 담낭을 제거하게 된 사례도 나타났다. 14세 한 소녀는 틱톡 이용 수개월 이후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하면서 머리카락이 빠졌다. 케이티 벨 ‘건강한 10대 프로젝트’ 설립자는 "틱톡이 일부 10대 섭식 장애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동일한 콘텐츠가 너무 많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천 알고리즘을 조정할 계획이다. 틱톡은 "사용자가 보는 영상 콘텐츠를 스스로 잘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며 "사용자가 자신의 피드에서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와 관련된 단어나 해시태그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