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최신 12세대 프로세서 출시로 본격화될 것 같았던 차세대 DDR5 메모리의 PC시장 도입이 암초를 만났다. 시장의 높은 기대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본격적인 DDR5 메모리 시대도 더욱 늦어질 전망이다.

DDR5 메모리는 기존 PC 시장의 주력인 DDR4와 비교해 소비전력은 줄었지만 전송 속도는 최대 약 2배 빠르다.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어 기존 DDR4 기반 시스템 대비 눈에 띄는 성능 향상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PC용 DDR5 메모리 중 하나인 마이크론 크루셜 DDR5 메모리 모듈 / 마이크론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PC용 DDR5 메모리 중 하나인 마이크론 크루셜 DDR5 메모리 모듈 / 마이크론
이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전문 제조사들은 올해 8월부터 DDR5 메모리 신제품을 출시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산 계획과는 별도로 이미 초도 물량이 서버 및 OEM 제조사들을 중심으로 시중에 공급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출시 이후, PC 시장에 공급되는 DDR5 메모리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22일 기준 가격 비교 사이트를 검색하면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일반형 DDR5 메모리 모듈이 16GB 용량 기준 개당 28만원선의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같은 용량의 DDR4 메모리 가격이 8만원선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비싸다. 그마저도 재고 확인을 위해 판매처에 연락해 보면 실제로는 물건이 없는 곳이 더 많다.

일반 메모리가 아닌, 유명 하드웨어 브랜드의 고성능 DDR5 메모리의 경우 더 심각하다. 여러 브랜드에서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출시에 맞춰 DDR5 메모리 신제품을 발표했지만, 현재 판매처 자체가 아예 검색되지 않는다.

국내 PC용 메모리 전문유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유통하는 메모리 브랜드 거의 모두가 DDR5 제품의 공급이 끊긴 상태"라며 "이대로라면 해를 넘겨 내년 1월이 지나야 DDR5 메모리 물량이 들어올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로 DDR5 메모리 모듈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 중 하나인 PMIC(Power Management Integrated Circuit, 전력관리칩)의 부족을 꼽았다. PC용 메모리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 중 PMIC는 D램을 비롯한 다른 부품들이 작동하기 위한 전원을 공급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메모리 모듈용 PMIC 제조사가 세곳이 있고, 그중 딱 한 곳 만이 DDR5용 PMIC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코로나 이후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에 주문량까지 폭증하면서 발주한 물량을 제때 공급받기가 힘들다는 것.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11월 기준 DDR5 메모리용 PMIC를 주문하면 받는 데 까지 무려 35주나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도 DDR4용 PMIC보다 몇배 이상 비싼데다, 그마저도 PC 뿐 아니라 서버 시장에 메모리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우선적으로 할당되면서 더더욱 부족할 수 밖에 없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를 DDR5 메모리와 함께 구성하려던 대기 수요자들의 상당수도 구매를 미루는 모양새다.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는 인텔 12세대+DDR4 조합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왕 12세대로 갈 바에야 DDR5 공급이 원활해질 때 까지 좀 더 기다린다는 의견도 많다.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출시로 가속될 것 같던 DDR5 메모리로의 전환 시기도 그만큼 늦춰질 전망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