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심 기술로 꼽히는 6세대(6G) 이동통신 분야를 선점하려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분주히 움직인다. 2019년 각각 6G 분야 연구를 공식화한 후 테라헤르츠(㎔) 대역 기술 시연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보인다. 향후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물지능인터넷(AIoE) 시대를 맞이하는 만큼 6G 기술 선점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6G 이동통신 상용화로 기대할 수 있는 기술 예시 이미지 /삼성전자 6G 백서 갈무리
6G 이동통신 상용화로 기대할 수 있는 기술 예시 이미지 /삼성전자 6G 백서 갈무리
삼성, 6G 통해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으로

삼성전자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국 출장을 통해 6G 사업에 대한 관심도를 환기했다. 이 부회장은 11월 미국 출장길에서 현지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만나 차세대 이동통신 협력 방안을 논했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에 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받는 주요 협력사다. 5G를 넘어 6G 분야에서도 협력을 다지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와 세트 연구소를 각각 찾아 6G를 포함한 차세대 핵심 기술을 개발 중인 연구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6G에 대한 관심은 2019년부터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두면서 6G 연구를 시작했다. 2020년엔 6G 백서를 발간해 삼성전자의 6G 비전과 필요한 기술, 표준화 일정 등을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이 자사의 6G 사업 방향임을 짚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와 6G 테라헤르츠(㎔) 대역에서 통신 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 ㎔ 대역은 6G 통신의 후보 주파수 대역으로 중요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6G 상용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 대역의 기술 난제를 극복한 데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 이유다.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소속인 최형진 연구원은 3월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전파통신부문(ITU-R) 이동통신 표준화 회의에서 6G 비전 그룹 의장으로 선출됐다. 같은 소속 김윤선 마스터는 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 기구인 3GPP 이동통신 분과 의장으로 당선되는 등 여러 선도적 행보를 보였다.

LG전자가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전력 증폭기 IC 소자 패키지. 노란색 작은 사각형이 소자다. / LG전자
LG전자가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전력 증폭기 IC 소자 패키지. 노란색 작은 사각형이 소자다. / LG전자
LG, 글로벌 6G 민간 기술 협의체서 논의 주도

LG전자도 6G 행보에 여념이 없다. LG전자는 이달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자사 6G 연구 성과를 여럿 공유했다. 글로벌 연구소, 기업과 협력해 선보인 전력 증폭기 소자와 빔포밍 기술뿐 아니라 동일 주파수 대역으로 동시 송·수신하는 풀-듀플렉스(FDR) 기술도 내놨다.

8월엔 독일 베를린 소재 프라운호퍼 하인리히-헤르츠 연구소와 6G ㎔ 대역을 활용해 실외에서 직선거리 100미터(m) 이상의 무선 데이터 송·수신에 성공했다. ㎔ 무선 송수신 기술은 100기가헤르츠(㎓)~10㎔ 사이의 ㎔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초당 최대 1테라비피에스(1Tbps) 초고속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6월에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가 주관하는 6G 민간 기술 협의체 ‘넥스트G 얼라이언스’ 애플리케이션 분과 의장사로 선정됐다. 퀄컴과 노키아, 버라이즌 등 통신 업계 글로벌 기업과 나란히 어깨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의장사로서 6G 기술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LG전자도 삼성전자처럼 2019년 6G 연구를 본격화한 사례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공동 설립한 LG-KAIST 6G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현재까지 6G 원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엔 한국표준과학기술원과도 업무협약(MOU)을 맺고 6G 연구 개발 프로세스 구축과 검증 토대를 마련했다.

정부의 6G 핵심 기술 개발 사업 개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의 6G 핵심 기술 개발 사업 개요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oE 시대 6G는 핵심 인프라…정부, 2026년부터 6G 시범 사업 시행

IT 업계는 향후 6G 이동통신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의 관련 기술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6G 표준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로드맵이 나오지 않았기에 각 기업의 행보가 상징적인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국내 기술과 특허가 앞서가 있는 상황인 데다 6G 중요성이 큰 만큼 향후 6G 사업에서 각각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G 이동통신은 이론상 5G보다 50배 빠른 전송 속도를 자랑한다. 무선 지연은 5G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든다. 고신뢰 저지연 특성을 갖춘 만큼 6G 이동통신이 도래하면 기술 수준이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넥티드 기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초실감 확장현실(XR), 플라잉카, 고정밀 모바일 홀로그램, 디지털 복제 등의 기술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사람과 사물, 공간이 모두 연결되는 AIoE 시대에 가까워질수록 네트워크는 모든 인프라의 핵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이 6G인 만큼 미래 사업 선도를 위해서는 6G 기술 확보가 필수다.

정부 역시 이같은 산업 흐름에 맞춰 6G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6G 이동통신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미래 이동통신 연구개발(R&D) 추진 전략'을 수립, 올해부터 5년간 사업 단계별로 총 1917억원을 투자한다. 초기 기술 개발에 매진해 2026년부터는 상용화 전 6G를 시범 적용하는 데 몰두할 계획이다.

정부와 학계, 업계가 내다보는 6G 이동통신 상용화 시점에는 차이가 있지만 2028년에서 2030년 사이다. 통상 10년 주기로 이동통신 세대가 변화하는 만큼 2029년에 6G 상용화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 5G 이동통신은 2019년 한국이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현재는 6G 표준화 논의 단계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