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물류 산업이 활황이지만, 정작 실제로 운송을 책임지는 화물차 배송기사들은 낮은 운임과 높은 수수료로 신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단계 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와 중개업체마다 수수료가 제각각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TV배송업체 기사는 건당 배송료가 2만원이라고 말한다. 경기도서 서울 중심까지 TV를 배달하고 손에 쥔 돈이다. 같은 거리 화물차 운임 5만원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된다.

화물차 배송기사는 경기도서 서울 중심까지 이삿짐 1.5톤을 날라주고 5만원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용자가 중개업체에 지불한 돈은 10만원인데 배송기사 손에는 반 토막인 5만원만 쥐어진 것이다.

화물차 배송기사들은 중개업체들의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말한다. 한 배송기사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18만원에 이삿짐을 날라본 적도 있다. 그때 이용자가 플랫폼에 낸 돈이 35만원이 넘는데 중개업체가 반 이상 가져간 셈이다"고 성토했다.

배송기사는 높은 수수료를 알고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화물차 배송기사 간의 경쟁심리를 업체들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물류업계는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과당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낮은 운임의 단초라고 지적한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내 전체 운수업체 중 94%에 해당하는 35만4000개가 육상운송업체고, 종사자 수는 93만명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다단계 하청 문제를 정부가 방관하고 있다 주장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1조2에 운송사업자가 타 운송사업자에게 위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 때문이다. 이들은 청와대 청원을 통해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화물차 운송 주선수수료 상한제 입법 추진 토론회'에서는 화물 배송기사와 중개업체가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중개업체측은 "30% 이상 수수료를 매기는 업체가 전체 중 2%에 불과하고, 평균 수수료도 7.4%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반면, 화물 배송기사들은 "정말 7.4%가 맞는다면 7.4% 수수료를 법제화하면 찬성하느냐"고 맞받아쳤다. 토론회에 참가한 윤영삼 부경대 교수는 연간 4000만건 화물 거래량에서 112만건 중개 수수료 평균치만 있고 사례도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TV 한대 배송에 2만원과 전체의 반을 가져가는 살인적인 수수료는 결국 물류 배송의 질만 떨어뜨릴 뿐이다. e커머스 플랫폼과 물류업계는 다단계 하청을 막아야 하고, 정부는 바뀐 시장에 맞게 수수료를 법제화해 배송기사들의 경제적인 고충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