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원자재의 공급망을 쥔 중국의 경제 리스크가 대두되면서, 완성차 업계가 일찌감치 공급망 다변화와 내재화에 나선다. GM과 테슬라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은 협력 관계를 맺은 호주, 한국 등 기업과 미국내 전기차 밸류체인을 건설 중이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인 흑연과 니켈, 전기차 모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등 희토류의 공급망을 쥐고 있다. 최근 미국과 무역 분쟁에 이은 전력난 등으로 중국내 원자재 생산량 감소와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돼, 중국 원자재 의존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산업계로 퍼졌다.

제너럴모터스와 협약을 맺은 MP머티리얼의 텍사스 포트워스 공장 조감도 / MP머티리얼즈
제너럴모터스와 협약을 맺은 MP머티리얼의 텍사스 포트워스 공장 조감도 / MP머티리얼즈
제너럴모터스(GM)는 12월초부터 ‘원자재 탈중국’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전기차 밸류체인을 건설했다. 포스코케미칼과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합작법인(JV)이 대표적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포스코케미칼은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생산하는 ‘얼티엄 배터리’의 양극재 공급사다.

얼티엄 배터리의 양극재 주 원료는 니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00년대부터 뉴칼레도니아 광산 기업 SMSP와 협력하는 등 자체 니켈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2020년 기준 세계 총 매장량의 11%쯤인 1030만톤의 니켈이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SMSP는 뉴칼레도니아에서 생산되는 전체 니켈의 25%쯤을 담당하고 있다.

GM은 전기차 내 다른 부품의 원자재인 희토류도 내재화에 나선다. 전기차 구동계 모터에 쓰이는 영구자석의 원료인 ‘네오디뮴’과 붕소 등이 대상이다. 미국내 유일한 희토류 생산 기업인 MP머티리얼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MP 머티리얼스 텍사스 공장으로부터 최대 50만대 전기차의 모터를 감당할 수 있는 희토류를 공급받는다. GM은 이와 함께 독일기업 VAC와도 협약을 맺고 미국 내에 영구자석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실판 아민 GM 부사장은 "GM은 배터리 소재부터 셀과 모듈, 전기 모터 등 전기차 부품에 대해 유연한 공급망을 건설하고 있다"며 "MP머티리얼스와의 협력 등 지속가능한 가치 제조 사슬망으로 GM의 목표인 전기차 대중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에 위치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전경 / 테슬라
텍사스 주에 위치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전경 / 테슬라
테슬라도 12월에 미국 내 흑연 공급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에 본사를 둔 광물 기업 시라 리소시스 소유의 루이지애나 공장으로 부터 흑연을 공급받는다. 시라 리소시스와 테슬라 간 계약이 확정되면, 테슬라는 최초로 미국 내 공장으로부터 흑연을 공급받는다.

테슬라는 12월 이전부터 꾸준히 미국 정부에게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흑연에 대한 관세를 낮춰달라고 요청해왔다. 중국산 흑연에 대한 관세가 지속될 경우 모델3 등 주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부터 인조 흑연 등 중국산 제품에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중이다.

시라 리소시스의 루이지애나 공장은 모잠비크산 흑연을 원료로 음극재용 흑연을 제조할 계획이며, 예정 생산량은 연간 1만톤이다. 연간 1만톤 흑연 생산량은 미국 전체 배터리 수요의 3%쯤으로 전기차 10만대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다만 테슬라의 2021년 총 인도량 전망치는 90만대쯤으로, 미국 공급 흑연으로 테슬라 생산량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흑연 원산지로 경쟁력을 가진 것은 매장량 외에도, 인프라를 통해 흑연 채굴과 일부 가공을 중국 내에서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미국의 고율 관세처럼 규제가 겹치면, 과거 중국보다 흑연 원산지로써 메리트가 없었던 호주나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의 경쟁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