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2 개막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년 만에 오프라인 부스에서 혁신 기술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글로벌 IT 공룡의 불참이 잇따른 탓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구글과 메타·트위터·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과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세계 최대 이통사 AT&T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이유로 오프라인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업체 웨이모와 완성차 기업 GM도 참여하지 않는다. 미국과 관계가 껄끄러운 중국 기업도 대거 불참을 선언했다. CES 2022가 자칫 CES 2021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

시계를 돌려 올해 1월 당시를 생각해 보자. IT업계의 관심은 CTA가 주최하는 온라인 CES 2021가 아닌, ‘중대발표’를 앞둔 팀 쿡 애플 CEO의 입에 쏠렸다. 애플카와 협업하는 상대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더 컸다. 팀 쿡 역시 CES가 개최 중이라는 사실 자체를 잊은 듯 보였다. CES의 존재감이 사실상 한 명의 빅테크 기업 CEO보다 못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CES 2022가 기대되는 것은 한국 기업의 뜨거운 참여 열기 때문이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자료를 보면 전체 참여 기업은 2200개쯤이다. CES 2020(4500곳) 당시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반면 현지에 부스 마련을 확정한 한국 기업은 416곳으로, 2020년 당시 390사보다 오히려 늘었다.

CES 2022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오프라인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올해 온라인 행사는 마케팅 측면에서 실패작이었다. 참가 기업을 위해 제작한 온라인 페이지를 외부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홍보가 절실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CES 2022에 거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현실’ 공간에서 최첨단 기술을 뽐낼 삼성전자와 ‘가상현실’에서 자사 제품을 선보일 LG전자 간 대결도 흥미요소 중 하나다.

CES 2022는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전시회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CES 2021의 실패를 교훈삼아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한국 기업의 입지를 재확인하는 장인 동시에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발판이 될 예정이다. CES 2022가 한국 기업의 ‘먹을 것 있는 소문난 잔치’로 기억되길 바란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