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부산국사에서 벌어진 네트워크 경로 설정(라우팅) 오류로 전국 KT망이 89분간 중단됐다. 찰나의 실수가 전국을 마비시키며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섰다. 통신사 간 상호 백업 체계를 갖추도록 해 한 통신사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해당 통신사 이용자의 인터넷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 소상공인 백업 직원과 함께 재난 발생 시 서비스 제공 시에만 소상공인이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통신사의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연차 보고서 공개도 함께다.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일부 전경 / IT조선 DB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일부 전경 / IT조선 DB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0월 25일 89분간 발생한 KT 전국 인터넷 장애 관련 후속 대책으로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을 29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KT 전국 인터넷 장애가 발생한 후 주요 통신사업자와 유관 기관, 전문가가 참여한 산학연 중심의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총 8차례 회의와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방안은 디지털 대전환을 뒷받침하는 안전한 네트워크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에 ▲통신재난 예방·대응 강화 ▲재난 발생 시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 역량 강화 ▲재난 발생 이후 네트워크 장애 복원력 제고 ▲네트워크 안정성 제고 제도 개선 등 4대 과제를 추진한다.

네트워크 안전 관리 위해 AI·SDN 도입

통신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작업 과정에서 중앙 시스템 통제를 강화한다. 승인된 작업자와 장비, 작업 시간에만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통제 우회 작업은 제한한다. 여기에 모의시험 체계를 코어망 전체로 확대하면서 이상 감지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함께다.

또 네트워크 안전 관리 기술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인공지능(AI) 자동 관제는 가정용 인터넷과 IPTV 분야부터 적용을 시작한다.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네트워크 제어와 운용 관리를 돕는 SDN 기술은 고객 개통 업무 등 정형화한 업무부터 적용한다.

네트워크 안전 관리를 위한 중장기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AI가 네트워크 문제를 자동 예측해 관제센터에 알려주는 등 네트워크 자동 관리 기술을 개발한다. 기간 통신망의 사전 시험 검증이 가능하도록 실제 통신망과 유사한 디지털 트윈을 적용해 개발을 진행한다.

코어망 계층화를 통해 코어망 간 오류 확산이 진행되지 않도록 안전장치(필터링)를 마련한다. / 과기정통부
코어망 계층화를 통해 코어망 간 오류 확산이 진행되지 않도록 안전장치(필터링)를 마련한다. / 과기정통부
라우팅 지역별 분리하고 통신망 이원화 추진 속도 높인다

네트워크 생존성 확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 구조를 개선한다. 코어망 일부 장비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장비로 확산하지 않도록 코어망 계층간 오류 확산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또 지역망 오류가 타지역에 전파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가입자망의 라우팅을 독립적인 자율 시스템으로 구성하거나 정적(스태틱) 라우팅을 사용하는 등 지역별 분리를 진행한다. 유선망 장애가 무선망 인터넷 장애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무선 접속 경로 이중화를 추진한다.

굴착 공사가 진행하면서 생기는 케이블 단선이나 정전, 화재 등을 막는 대안도 마련한다. 굴착 공사 정보 관련 공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등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입법 보완을 진행한다. 정전 시에도 최소한의 통신 서비스를 확보하고자 다중이용건축물부터 비상전원단자 연결을 확대한다. 옥외는 소형 발전기 등을 추가 확보해 예비 전원을 확충한다.

물리적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이후 진행하는 885개 중요통신시설의 통신망 이원화를 지속해서 추진한다. 218개 전체 통신구에 소방 시설을 보강하는 작업도 진행한다.

통신사 간 상호 백업 체계 확대…소상공인 백업 지원도

네트워크 장애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신사 자체 복원력 강화에 초점을 둔다. 전국 유선망 장애 시 무선망 이용자가 타사 유선망을 경유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통신사 간 상호 백업 체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국지적 무선망 장애 발생 시 이용자가 기존 단말로 타 통신사 무선 통신망을 이용하는 로밍 규모를 1.5배로 확대 추진한다.

유·무선 장애 시 긴급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공공·상용 와이파이 개방도 진행한다. 통신 재난 위기 경보가 ‘경계’로 발령되면 공공 와이파이 7만2000여개소에 KT(10만3000개), SK텔레콤(8만8000개), LG유플러스(7만6000개) 와이파이를 통합 식별자(Public WiFi Emergency)로 별도 송출한다.

소상공인 백업도 지원한다. 유선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면 소상공인 휴대폰으로 무선 통신(테더링)이 가능하도록 해 POS 결제 기기가 무선 통신 기반으로 작동하도록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표준 공용 단말을 개발해 재난 시 주 회선을 대체해 서비스 제공에만 요금을 부과하는 무선 백업 요금제를 검토한다.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에 타사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통신사 간 회선 연동 용량 증설이 추진된다. / 과기정통부
네트워크 장애 발생 시에 타사 트래픽을 수용하기 위한 통신사 간 회선 연동 용량 증설이 추진된다. / 과기정통부
통신사 네트워크 안정성 투자 유도 위해 제도 마련

네트워크 안정성 제고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애 고지의 체계성을 높인다. 이용자가 네트워크 장애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문자메시지(SMS)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장애를 고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이용자 알 권리 보장과 통신사의 네트워크 안정성 투자 유도를 위한 ‘네트워크 안정성 조치 현황 연차 보고서(가칭)’ 공개도 진행한다. 해당 보고서에는 통신사의 관리적·기술적 이행 실적과 안정성 시험 결과 등을 포함한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보고서 공개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해당 제도에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와 사전적 기술·관리 조치 의무, 장애 고지 의무, 네트워크 안정성 조치 현황 연차 보고서 작성 등이 담길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기간 네트워크가 신뢰성과 안정성을 갖춰 향후 디지털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내부, 외부 요인에 의한 네트워크 장애를 예방, 대응하고자 마련한 이번 대책을 철저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