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트렌드가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친환경 등 미래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거칠것 없어 보였던 ‘K-산업’의 행보에 최근 비상등이 들어왔다. 중국의 원자재 무기화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이외에 마땅한 대안 수입원이 없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원자재 무기화의 현실화 이전에 명확한 피해 정도를 분석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제조산업 전방위에서 쓰이는 주요 원자재가 높은 대중국 수입의존도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알루미늄 판재 등을 90%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며, 마그네슘 주괴(잉곳)는 99%쯤의 물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제철·철강에 꼭 필요한 내화물(열전도와 고온 방열을 위한 내부재)을 만드는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도 90%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의존한다.

완성차·철강 제조에 쓰이는 비철금속과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의 대중국 의존도는 추후 국내 주요 산업의 생산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비철금속이 최근 중국의 생산·수출 통제로 공급난·가격 폭등을 겪는 만큼, 한국도 일정 비율을 국내 생산이나 중국 외 공급노선을 찾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에서 생산된 마그네슘 잉곳(주괴)의 모습 / 윈프레드 시안 메탈 리미티드
중국에서 생산된 마그네슘 잉곳(주괴)의 모습 / 윈프레드 시안 메탈 리미티드
12월 30일(현지시각) 런던금속거래소(LME) 시세를 보면, 알루미늄은 현물 톤(t)당 2835달러(337만원)로 1990달러(236만원)쯤이었던 2020년보다 1.5배쯤 증가했다. 마그네슘도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 기준 톤당 6995달러(832만원)로, 8615달러(1024만원)였던 9월보다 저렴하지만 최근 다시 상승세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은 완성차 부품의 경량화 소재로 쓰이는데,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도 공급난에 걱정이다. 다행히 국내 완성차 업계는 아직 마그네슘, 알루미늄 부족으로 인한 큰 피해는 없는 상태다. 판매 모델 대다수가 알루미늄이나 마그네슘보다, 초경량 강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아직 많아서다.

외국 완성차 기업과 현대차가 마그네슘 부족을 두고 다른 온도 차를 보인 이유도 단기적인 마그네슘 부족이 현대차에겐 큰 타격은 아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마그네슘의 경우 포스코에서 강릉에서 사업을 추진한 바 있으나 2019년 원가 문제로 접었던 것으로 안다"며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은 외국 브랜드나 고급차 등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아직 단기적으로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풀이 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도 고급차, 전기차에서는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 사용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마그네슘 국산화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3세대 G80은 차체 19%를 알루미늄 등 경량소재로 만들었다. 2021년 출시된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도 차량 배터리 보호를 위해 알루미늄 보강재 등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알루미늄 케이블·판의 90%내외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마그네슘은 자체 생산기업이 전무해 사실상 전량인 99%를 중국에 의존한다. 값싼 중국 마그네슘과 가격경쟁력에 밀려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인 포스코마저 2019년 마그네슘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마그네슘의 경우 전기차 등 완성차 시장의 미래 경량화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마그네슘을 생산해도 중국산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기 어렵기에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인센티브 부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중인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 국내 생산 시범사업 구조도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중인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 국내 생산 시범사업 구조도 / 산업통상자원부
내화물을 만드는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도 중국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이다. 산화마그네슘(MgO)·마그네슘염 등이 대표적인데, 금속 마그네슘과 같은 순환 구조에 포함됐지만 성분은 다른 원자재다. 바닷물(해수) 전기분해, 백운석·폐내화물 등의 정제해 생성된다. 일반적으로는 금속 마그네슘이 산화마그네슘보다 더 많은 과정을 거쳐 제련된다.

마그네슘계 세라믹으로 만드는 내화물은 제철, 제강 공정에 꼭 필요한 용광로 제조 등 다방면에 쓰인다.

하지만 원재료인 산화마그네슘 등의 중국 수입의존도가 90%쯤으로 매우 높다. 국내에서 생산이 어려운 이유는 중국과 단가 경쟁을 하기힘든 것이 원인인데, 국가차원에서 가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면서 연구에 들어간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으로 2021년부터 1차년도 연구개발과제가 수행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제야 1차년도를 진행한데다, 사업기간도 5년으로 1~2년 사이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중국과 비교한 국내 생산의 단가경쟁력도 중요한 기준이라, 과제 종료 후 실제 국내생산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속·세라믹 소재 산업 한 관계자는 "국내 제철 산업의 규모와 유관 산업 분야가 큰 만큼,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로 생산하는 내화물은 쓰임새가 다양하다"며 "구조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산화마그네슘 등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의 가격도 같은 산업 순환 구조에 속한 마그네슘의 가치 상승에 비례해 오르는 중이다"고 답했다.

이어 "시장 가격 상승과 수입의존도 문제에 따라 과거에는 단가 문제로 사용하기 힘들었던 국내 생산 마그네슘계 세라믹 원재료도 대체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현재 과제 수행중인 기업들이 각자 맡은 백운석 등 원료를 이용한 개발을 진행중이므로 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