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초격차로 재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2022년에도 각각 중소형과 대형 OLED 부문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압도적 1등을 차지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의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 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9년까지 16년간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를 달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2020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이 LCD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 향후 높은 성장세가 전망되는 OLED 분야에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2년 이후 정체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1년부터 2027년까지 OLED 시장은 연평균 3.9%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같은 기간 글로벌 LCD 시장 규모는 연평균 3.1% 하락이 예상된다.

갤럭시Z플립3 /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3 /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시장 확대 수혜를 2022년에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고객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Z폴드3, Z플립3 출시 39일 만에 국내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흥행가도를 달린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세대 Z시리즈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폴더블폰 판매 목표는 1300만대 이상으로 2021년 추정치인 700만대의 두배 가까운 수치다.

폴더블 OLED를 독점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말부터 폴더블폰 패널 생산 확대를 위해 베트남 공장 폴더블폰 모듈 라인을 증설 중이다. 증설을 마치면 폴더블폰 패널 생산능력은 연간 1700만개에서 2500만개로 50%쯤 늘어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폴더블 OLED 출하량이 올해 1000만개에서 2025년 6600만개로 가파르게 증가해 향후 5년간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12월 29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OLED.EX' 미디어데이에서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 부사장(왼쪽)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2021년 12월 29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OLED.EX' 미디어데이에서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 사업부장 부사장(왼쪽)이 차세대 TV 패널 'OLED.EX'를 소개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기존 OLED 대비 화면밝기(휘도)를 30% 높이고 자연의 색은 보다 정교하게 재현해주는 차세대 대형 패널 ‘OLED.EX’를 개발했다. 2022년 2분기부터 OLED.EX를 파주와 광저우에서 생산하는 OLED TV 패널 전 시리즈에 적용한다.

OLED.EX는 OLED 화질의 핵심이자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소자에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으로 이뤄진 ‘EX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패널이다.

고도화된 OLED 제조 기술을 통해 기술적 한계로 여겨졌던 OLED 패널의 베젤을 65인치 기준으로 기존 6밀리미터(㎜)대에서 4㎜대로 30% 줄였다.

옴디아는 2021년 OLED TV 출하량이 2020년 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65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OLED TV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만 해도 2019년 17개에서 2021년 20개로 늘었다. 2022년에는 740만대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설이 2022년에 현실화 할지도 관심사다. 2021년에는 증권가와 시장조사업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가 2022년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QD-OLED를 OLED TV 상위 모델로,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은 보급형 OLED TV 제품으로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삼성전자가 TV 생산에 필요한 LCD 패널 70% 이상을 CSOT, AUO, BOE 등 중화권 제조사에 의존하며 공급업체에 휘둘릴 수 있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LCD 가격이 폭등한 2020년 말부터 TV 사업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이들과 가격협상력 확보를 위해서는 OLED TV 판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QD-OLED 패널의 연간 물량은 50만대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도 50%를 넘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장 반응도 불확실하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연간 1000만대의 OLED 패널이 생산 가능하다.

오창호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부사장)은 2021년 12월 29일 OLED.EX를 발표한 자리에서 ‘2022년부터 삼성전자에 OLED 패널을 공급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객사와 관련해 언급할 수 없고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라며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와 거래설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