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 독점 AI 생태계 저격한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 "3년 내 사용자 중심 AI로 대전환할 것"

류은주 기자
입력 2022.01.03 15:54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IT 공룡은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 수집에 집중한다. 데이터 확보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똑똑한 AI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개인의 민감한 대화까지 AI에 활용해 문제가 된 ‘이루다’ 사태는 기업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개인 간 민감 정보를 AI 학습에 활용한 이루다 서비스는 AI의 윤리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플랫폼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할 때도 이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용자중심 인공지능 공유플랫폼 벤처기업인 하렉스인포텍은 기존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수집 행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AI 서비스는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센터에 저장한 자료로 업그레이드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스마트폰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앱 데이터를 집적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사용자 중심의 AI 솔루션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면 AI의 발전 속도가 더욱더 빨라질 전망이다.

기업 중심 데이터 독점 체제 붕괴할 것

IT조선은 최근 서울 중구 하렉스인포텍 본사에서 박경양 대표와 함께 하렉스인포텍에서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장을 겸직 중인 이경전 경희대 교수(빅데이터응용학과) 등 다양한 관계자를 만났다.

박경양 대표는 "AI 서비스의 조류는 3년 이내에 대전환할 것이다"라며 "그동안 데이터는 기업이 수집해 보관했는데, 앞으로는 사용자가 데이터의 주권을 갖는 등 패러다임이 확 바뀔 것이다"고 확신했다.

박경양 하렉스인포텍 대표 / 류은주 기자
박 대표와 자리를 함께 한 이경전 교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AI 시스템을 만든 주체가 정보를 통제해 왔다"며 "하지만 이제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이나 PC와 같은 강력한 도구를 가진 만큼, 이런 기기에서 AI를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넣어주면 사용자 중심 AI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금의 방역 시스템 중 하나인 QR 체크인의 경우, 정작 사용자 본인은 자신이 어디를 몇 시에 다녀왔는지 알 수 없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주체인 정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대중화될 사용자 중심 서비스를 활용하면, 개개인은 자신의 동선을 쉽게 알 수 있고 정부나 기업은 개인에게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한 후에야 알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와 이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앞으로 정보를 보관하는 주체는 일반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 바뀐다. 정보에 대한 통제를 사용자가 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기업이 AI 업그레이드를 위해 데이터를 독점하던 것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상이다.

하렉스인포텍의 ‘유비페이'는 사용자 중심 철학으로 시작한 결제 공유 플랫폼이다. 고객 휴대폰에서 자신의 결제 계좌가 있는 금융사에 직접 지급 승인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결제 과정에 여러 중간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데이터 유출 우려가 없고 중간 비용을 줄여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의 혜택을 증대할 수 있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결제 플랫폼'에서 ‘AI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것이 하렉스인포텍의 목표다.

박 대표는 "2016년만 해도 ‘사용자 중심 AI’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지금은 빅테크 기업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현실화하는 분위기다"며 "해외에서도 이미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정보수집 문제가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년 이내에 시장이 확 바뀔 것이라고 자신한다"며 "미국에서는 이미 (사용자 중심) 초개인화 서비스를 하려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있기에 조만간 폭발적인 시장이 열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렉스인포텍, 사우스웨스트홀딩스와 합작회사 UBSW 설립
UB 공유플랫폼,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서 빠르게 확산

박 대표는 사용자 중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개인 중심 AI가 빠르게 확산하리라 전망했다. 박 대표의 구상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하렉스인포텍은 최근 두바이 엑스포 아프리카 연방 전시관에서 사우스웨스트 홀딩스와 함께 에티오피아 및 아프리카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UB 공유플랫폼의 구축과 확산을 위한 합작 회사 ‘UBSW’를 설립하기로 협약했다. 또한, 양 사는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여러 투자자 그룹과 협력해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UB 공유플랫폼 운영사(UBPO) 및 UB 서비스 제공사(UBSP)에 투자하는 글로벌 사용자 중심 성장 펀드(UCGF)를 조성한다. 사용자 중심 성장펀드는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에 의한 초개인화 인공지능, 디지털미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제공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도전적이고 신뢰도가 높은 우량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한다.

아프리카 기업이 기존 플랫폼 기반 AI 서비스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막대한 자금과 첨단 기술이 필요한 탓에 빅테크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중소기업(MSME)이 UB 공유플랫폼을 활용하면 큰 부담없이 사용자 기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UBSW는 에티오피아에 UB 공유플랫폼을 보급하고, 아프리카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 13억5000만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의 거래 편의성을 높인다.

UB 공유플랫폼은 여러 기업이 만든 앱을 사용자 중심으로 연결해 고객 접점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다. UB 공유플랫폼을 통해 사용자 중심 서비스 패러다임을 전 세계 모든 사업자와 공유·연합하고, 모든 사용자에게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불결제와 같은 금융 분야는 물론, 상거래·레저·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UB 공유플랫폼 활용이 가능하다.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은 전통적인 광고의 필요성을 줄이고 초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를 이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기반 기업은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 엔진을 공유한 초연결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UBSW는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국가에 초저가 모바일 결제 단말기인 ‘UB 계산기’와 모바일 현금 출금기 ‘UB 캐시 머신’을 대규모로 공급한다. 예상 물량은 UB 계산기는 1억대, UB 캐시 머신은 100만대에 달한다.

테오도로스 사우스웨스트 홀딩스 회장은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전역에 있는 1억개 이상의 중소기업(MSME)에 저렴한 비용으로 최첨단 결제 단말기를 공급할 것이다"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의 디지털 경제 구축을 돕고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양사는 아프리카 연방과 협력해 현금결제 시 ‘사업자 고유 ID’, ‘소비자 휴대폰’, 사업자 휴대폰을 기반으로 ‘전자 현금영수증’ 발행을 연계하는 제도(ECR, Electronic Cash Receipt)를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대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한 번이라도 현금 거래를 한 소비자는 바로 은행 예금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은행 계좌 보급과 금융거래가 빠르게 확산하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테오도로스 회장과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 관계자는 입을 모아 "ECR 제도가 정착되면 거래 투명화를 통한 소매거래 규모의 파악이 가능하고, 세원 확보와 세수 증대 등 효과도 있다"며 "이와 함께 상거래 및 금융거래 활성화와 경제 전반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방아쇠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박경양 대표는 "군인공제회의 나라사랑페이와 울산페이 배달서비스(울산페달), 한국도로공사, 우정사업본부 등에서 이미 유비페이 플랫폼을 도입했다"며 "한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도 관심을 보이는데, 아프리카는 기존 인프라 자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플랫폼 형태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유 AI 플랫폼 대세론은 이미 해외 논문에서도 속속 드러나

이경전 경희대 교수 / 류은주 기자
AI의 발전은 단순히 한 곳에 데이터를 모은 후 학습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개인이 데이터를 갖고 있더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터를 학습하는 AI 플랫폼만 공유해서 쓰면 충분히 똑똑해질 수 있다. 다양한 기업이 AI 플랫폼을 공유해 쓴다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공유 AI 플랫폼의 효과는 최근 해외 논문에서도 속속 드러나는 추세다.

하렉스인포텍에서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 연구소장을 겸직 중인 이경전 경희대 교수(빅데이터응용학과)는 "규모가 다른 세계 의료 기관 20곳은 규모에 상관없이 의료 AI를 공유했을 때 모두 혜택을 봤다"며 "정보를 많게 가진 곳이든 적게 가진 곳이든 AI를 함께 공유했을 때 AI 퍼포먼스가 증가하며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플랫폼 사업 성공의 척도는 모바일에 연결된 사용자 수, 이들이 사용하는 앱 수, 데이터의 질, 인공지능의 활용 방법 등에 달렸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기업은 UB 플랫폼 공유를 통해 단기간 내에 상품 서비스를 보강할 수 있고, 사용자 중심 거래 데이터를 대량으로 축적해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유 플랫폼에 연결된 복수의 앱에서 생성되는 거래 데이터는 모두 사용자 중심으로 연결된다.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원하는 기업에 공유한 후 금전적인 보상과 같은 혜택을 받는다. 기업들은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을 활용해 디지털미 서비스와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과 사용자가 모두 윈윈하는 모델인 셈이다.

이 교수는 "이제는 어떻게 비즈니스를 협력하면서 AI를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사용자의 데이터를 많이 뺏어가는 곳이 아니라 AI로 연결하고 연합하는 곳이 장기적으로는 살아남을 것이며, 사업자를 연결해 주는 AI 공유플랫폼이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렉스인포텍은 사용자 중심 AI 설계가 AI 시대 부작용을 막아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일부 보험사는 고객이 일정 거리를 걸을 때 보험료를 할인해 주며, 티맵모빌리티의 T맵 서비스 점수는 보험료 할인의 근거가 된다. 예전처럼 빅테크 기업이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세상이 벌써 개막한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너무 많이 수집한 결과 오히려 알고리즘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인스타그램은 타임라인을 AI 엔진 기반이 아닌 시간순으로 배열하기로 했다"며 "인류의 역사는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했듯이, 새로운 비즈니스용 AI는 빅테크가 장악했던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용자 중심의 생태계로 빠르게 바뀔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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