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IT·전자제품 박람회인 'CES 2022'의 막이 올랐다. 그간 CES는 글로벌 전자, 빅테크 기업의 기술경연의 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행사에는 국내 주요 중후장대 기업들이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중후장대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첨단 기술을 접목시킨 비전을 선보이며 미래 먹거리 선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CES2022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면서 행사 기간도 짧아지고 참가 기업도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0개국 2200개 업체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며, 특히 한국 기업은 2년 전보다 30% 증가한 502개사가 참여한다. 주최국인 미국의 기업(1300여개사)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올해 CES가 한국 기업의 기술 경연의 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CES2022 부스 조감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 CES2022 부스 조감도/현대중공업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그간 CES와는 거리가 멀었던 중후장대 기업들의 참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처음으로 CES에 참가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산업과 일상의 로봇화 ▲해양수소 밸류체인 등 부스를 운영한다. 또 자율운항기술을 중심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의 미래상과 인공지능(AI)·로봇 기술이 접목된 첨단 제품과 친환경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그룹 오너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지주 사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조석 현대일렉트릭 사장, 조영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들도 현장을 방문해 지원사격에 나선다.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CES에 참가하는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두산퓨얼셀, 두산산업차량, 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계열사가 총 출동해 수소중심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첨단 미래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료전지를 활용해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인 두산퓨얼셀의 트라이젠을 모형으로 구현해 전시하며, 두산중공업은 해상풍력터빈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과정과 폐자원을 수소화하는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2020년 행사를 직접 챙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올해 행사에 불참한다. 다만 주요 계열사 임원진들이 현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그룹도 CES2022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현대차는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라는 주제로 로보틱스를 이용한 모빌리티의 미래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모든 사물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사물모빌리티(MoT)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핵심 로보틱스 기술인 '플러그 앤 드라이브(PnD)' 모듈도 최초로 공개한다.

현대모비스는 'Joyful Life in M.VISION Town'을 주제로 메타버스를 초월한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기술과 비전을 밝힌다.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인 ‘M.Vision POP & M.Vision 2GO’도 글로벌 관람객에게 첫 공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현대자동차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번 행사에 참석한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도 그룹이 육성하는 벤처기업 13곳을 이끌고 CES로 향했다. 포스코그룹은 산·학·연 인프라를 활용한 벤처플랫폼을 소개하고 해당 벤처기업들의 기업설명회와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기술도 선보일 계획이다.

관련업계에서 중후장대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CES의 문을 두드린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전통적 기업 이미지 상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또 친환경, 첨단기술 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사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몇년전부터 중후장대 기업들의 CES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며 "제조업, 굴뚝산업 중심 이미지 탈피를 위한 행보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AI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업 역시 발전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같은 모습을 보여야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