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자율주행 챌린지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스피드웨이로 가는 여정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부터 시작됐다. 웨스트 홀에 세워진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Indy Auotonomous Challenge) 부스를 찾는 것이 첫걸음이었다. 카이스트(KAIST)를 통해 미리 신청해둔 VIP등록과 티켓을 확인하면서 숨을 돌리는 사이, 다른 참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접수원의 안내가 들려왔다.
"죄송하지만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 현장 신청 티켓은 지금 모두 마감된 상태입니다. 대기 명단이 있으니 여기에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등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노쇼가 발생했을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접수원에게 현장 티켓이 마감된 시점을 물어보니, 목요일 11시 이전에 일찌감치 마감됐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좋습니다(All right),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have a good time sir)"
서틀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도심과 교외를 30분쯤 달리자 이윽고, 거대한 라스베이거스 모터스피드웨이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 우뚝 선 모습은 마치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을 연상시켰다. 주차장에서 내려 경기장 안으로 진입하자 벌써부터 꽤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이윽고 할로카의 전기 자율주행차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듯 연거푸 트랙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범주행이 끝나자 1대1 토너먼트 형식의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의 막이 올랐다. 첫 경기는 카이스트와 오번(Auburn) 대학교의 대결이었다. 천천히 달리던 두 대학의 자율주행 머신은 이윽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조금 뒤에서 출발했던 카이스트가 빠르게 오번 대학교를 따라잡아 추월하자 지켜보던 관람석 사이에서는 경탄과 함께 박수가 터져나왔다.
흥미롭게 출발한 레이스는 오번 대학교의 자율주행 머신이 멈추면서 잠시 중단됐다. 탑재된 자율주행 시스템의 GPS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주행을 할 수 없어 차가 세워졌다. 카이스트도 오번 대학교의 정지에 따라 급히 멈췄는데, 급제동으로 살짝 바퀴가 트랙 위를 돌아 자율주행 머신이 흰 연기를 뿜으며 트랙 사이드 라인에 충돌할 뻔 하는 등 긴장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멈춰선 두 자율주행 머신은 빠른 수거를 위해 견인차에 실려 복귀했다. 다행히 카이스트의 자율주행 머신은 큰 손상이 없어보였다.
정비가 끝나자 폴리무브와 카이스트의 자율주행 머신이 다시 트랙에 올랐다. 선공권을 얻은 카이스트는 서서히 속도를 높이여 폴리무브를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다음은 폴리무브의 공격이 시작됐다. 폴리무브는 랩타임을 단축하면서 빠르게 카이스트를 따라잡았다. 두 머신이 한 차례씩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레이스는 이내 원점이 됐다. 곧이어 공격권을 획득한 폴리무브가 '위잉'하는 굉음을 연거푸 내며 속도를 높인 채 승부를 걸어왔다.
폴리무브는 이내 빠른 속도로 아웃코스를 주파하며 매끄럽게 코너를 빠져나가더니, 카이스트를 크게 돌아 제치는 데 성공했다. 점점 카이스트와 폴리무브 간의 격차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카이스트는 더 높은 속도를 낼 수는 있었지만, 당장의 속도보다 자율주행의 안정성에 더 중점을 두자는 판단하에 다음을 기약하며 경기를 종료했다. 이날 기록된 카이스트의 최종 최고속도는 시속 132마일(212㎞)쯤이었다. 비록 승자는 폴리무브였지만 장내 관중들은 최선을 다한 카이스트에게도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레이스가 끝난 후, 비록 승부는 갈렸지만 우승을 차지한 폴리무브부터 준우승자인 뮌헨 공대 자율주행팀, 아시아로 유일하게 대결에 참가한 카이스트 모두 성공적인 고속 자율주행 도전 성과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기록에 관계없이 레이스와 알고리즘을 준비하며 밤을 지새운 서로의 나날을 격려했다. 각 대학은 레이스 준비과정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라이벌이 아닌 동반자의 자세로 서로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CES 2022에서 목격한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는 글로벌 자율주행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라스베이거스 모터스피드웨이 펼쳐진 선의의 경쟁과 화합이 자율주행의 원년인 2022년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라스베이거스=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