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를 창업하며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도전의식을 밑바탕에 뒀다. 이런 창업 이념을 바탕으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여러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어 냈다. 김 의장은 특히 비즈니스의 핵심은 ‘차별화’라며 "문제 인식과 해결은 언제나 고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혁신을 실천했다.

그런 그의 철학과 이념에서 시작한 카카오가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을 외쳤던 구글과 같아 보인다. 카카오에서 ‘혁신’은 사라지고 기존 재벌의 구태를 반복하는 ‘독점’, ‘탐욕’의 기업으로 묘사된다. 최근에는 배신의 아이콘까지 추가하는 모양새가 됐다. 류영준 카카오 차기 대표 내정자(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먹튀 논란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2월이다. 류 대표를 비롯한 고위 경영진 8명은 카카오페이 주식 44만주 가량을 팔아 900억원쯤을 현금화했다. 이는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지만 내부 직원들과 주주들, 그리고 카카오의 혁신을 믿은 정부 규제 기관을 배신한 셈이다. 매각 타이밍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200에 편입된 날이자 상장 40일 만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크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들의 행위가 카카오의 겉과 속이 같지 않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류 대표는 신임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후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의 행동에서 그 책임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또 업계는 과거부터 행해진 카카오의 문제점을 이유로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카카오는 그 지적에 반론을 제기하기 못할 듯하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탈과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내부에서는 경영진 일부에 성과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과 과도한 성과주의 기업 문화 등을 이유로 잡음도 많았다. 특히 지난해는 사내 차별 문제가 수차례 불거졌다. 여기에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카카오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금산분리 위반이나 탈세, 사익편취 의혹도 불거졌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김범수 의장은 이런 일련의 문제를 이유로 카카오의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류영준 대표를 차기 대표로 내정했다. 문제 해결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 대표의 행적은 이런 김범수 의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끔 만든다. 카카오 노조가 류 대표 내정 철회나 자진 사퇴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모습이 필요할 때다. 김범수 의장 혼자만 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게 전부가 아니다. 이게 현실화 하려면 김 의장과 함께 카카오를 만들어가는 야전 사령관들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김범수 의장에게 묻고 싶다. "지금 카카오가 보여주는 모습이 김 의장이 말한 ‘대한민국에 없는 회사’ 인가요?"

유진상 메타버스부장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