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들어올 예정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백신과 치료제 성공 여부가 올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특정 초대형 기업 제품으로 국한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국산 백신·치료제가 개발돼도 경쟁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주 코로나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국산 치료제 및 백신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셀트리온
이번 주 코로나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국산 치료제 및 백신 성공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셀트리온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번 주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첫 도입 물량이 많지는 않아 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에 있는 고령 환자들에 우선 투여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는 먹는 치료제는 총 100만4000명분을 확보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76만2000명분과 머크(MSD) ‘몰누피라비르’ 24만2000회분이다.

이처럼 코로나 치료제 국내 도입이 임박해 오면서 덩달아 올해 국산 백신과 치료제 개발 성공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이 가장 앞서있다. 셀트리온은 이미 지난해 항체치료제 렉키로나를 개발해, 국내를 넘어 유럽에서 정식 판매허가를 획득하는 등 시장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후보물질 ‘CT-P63’을 더한 흡입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CT-P63 글로벌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호주에서 기존 주사형 렉키로나를 흡입형으로 전환하는 임상도 수행하고 있다.

연내 임상3상 마무리가 유력한 기업은 대웅제약·신풍제약·종근당이다. 이들 모두 경구형 치료제를 개발 중인 상태로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대등하거나 앞선 효과·안전성까지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짊어져야 할 상황이다.

우선 대웅제약은 ‘코비블록(DWJ1248)’에 대한 임상 2건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 2020년 8월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2·3상을, 같은 해 12월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을 승인받았다. 현재 환자 모집 중으로, 환자규모는 경증·중등증 임상이 700명, 중증임상이 1000명 규모다.

다만, 지난해 코비블록의 예방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3상이 중단된 바 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건강한 성인을 임상시험대상자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종근당은 2021년 4월 ‘나파모스타트’의 임상3상 허가를 받았다. 종근당은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임상을 동시 진행한다. 임상 참가자를 얻기 힘든 국내 환경을 고려해 개발속도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임상을 택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승인을 받았고, 아르헨티나·인도·러시아·브라질·태국·페루 등에서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목표 시험대상자 수는 586명으로, 이 가운데 국내환자는 50명이다.

신풍제약은 2021년 8월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를 코로나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3상을 승인받았다. 같은 해 10월 첫 환자 모집에 성공했다. 총 1238명이 대상이다.

이밖에 대원제약은 원래 고지혈증 치료용으로 쓰이는 성분인 ‘DWTG5101’에 대한 임상2상을 하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임상1상을 진행하는 ‘CP-COV03’은 구충제 성분 ‘니클로사마이드’이다. 녹십자웰빙(임상2a상), 아미코젠파마(임상2a상), 일동제약(임상2상), 텔콘알에프제약(임상1상), 한국유나이티드제약(임상2상), 이뮨메드(임상2상), 동화약품(임상2상), 엔지켐생명과학(임상2상) 등이 있다.

제넨셀은 식물성분 유래 치료 후보물질 ‘ES16001’에 대해 임상2·3상을 수행 중이다. ES16001은 자생식물인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백신 분야에서는 국내제약사 중 유일하게 3상을 진행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 상반기 ‘GBP510’의 개발을 완료하고 허가까지 받겠다는 목표다.

정부도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 12월부터 GBP510의 중화항체 효능 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 백신 1000만 도즈를 선구매하기로 했다. 만약 GBP510이 상반기 승인에 성공할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초기부터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와 공급계약을 맺었다. GBP510의 개발이 완료되고 Wave2(차세대 코로나19 백신)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아프리카·남미·동남아 등 전 세계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내부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GBP510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워싱턴대 약대 항원디자인연구소(IPD)와 공동 개발하고 GSK의 면역증강제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다. 현재 한국·베트남·우크라이나·태국·뉴질랜드·필리핀 등에서 399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국내에선 총 8개 기업이 코로나 백신 임상을 승인받았다.

제넥신은 GX-19N의 국내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동남아 등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추진 중이다. 셀리드와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아이진 등도 2020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1·2a상 또는 1·2상을 승인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셀리드와 유바이오로직스, 제넥신은 환자 모집이 완료된 상태다.

이밖에 큐라티스와 HK이노엔이 코로나 백신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의 경우 지난해 7월 임상1상을 승인받은 뒤 빠르게 환자모집을 완료,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이자, 모더나를 중심으로 글로벌 백신 시장이 점령되고있는 경향이 있지만 아직 제3국 등 백신 접종 및 코로나 치료제가 절실한 국가들이 많다"며 "변이 대응 면에서도 후발 의약품이 다소 이점을 보일 것으로 보여 국산 백신 및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은 올해도 충분히 유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