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 CPU 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 인텔과 AMD가 CES 2022에서 나란히 차세대 노트북용 CPU 신제품을 발표했다. 인텔은 노트북용 12세대 프로세서를, AMD는 6나노 공정을 적용한 3세대 아키텍처의 개선 모델 ‘라이젠 6000시리즈’를 공개했다. 양사의 신형 CPU를 탑재한 주요 PC 제조사의 노트북 신제품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출시되어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PC 업계에서는 양사의 정면 대결에 관심을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PC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런 가운데 양사의 기술 경쟁은 PC 성능 향상의 기반이 되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PC를 비롯한 x86 CPU 시장 상황을 정리하면 ‘AMD의 비약과 제정신을 차린 인텔’로 표현할 수 있다. AMD는 2011년 ‘불도저 아키텍처’ 기반 AMD FX 시리즈의 대실패 이후, 절치부심 끝에 2017년 ‘AMD 라이젠 시리즈’를 선보이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이후 AMD는 매년 꾸준히 성능을 끌어올린 신제품을 선보였고, 2020년 4세대 ‘라이젠 5000시리즈’를 선보이며 마침내 데스크톱 CPU에서 인텔을 성능으로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AMD의 승승장구는 서버와 노트북 시장으로 이어졌고, 전체 CPU 시장에서 AMD의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는 2021년 3분기 기준 x86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에서 AMD가 24.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라이젠 발표 이전 점유율이 10% 이하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반면, 인텔은 CPU와 제조공정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 시장에 복귀한 AMD가 전문가급으로 여겨지던 8코어 이상 CPU를 일반 소비자용으로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자 그제야 4코어에 머물던 자사 CPU의 코어 수를 늘리는 등 대응도 나섰다. 결국 2020년 ‘최고 성능 CPU’의 자리를 AMD에 뺏기고, 철통같던 점유율도 상당 부분 내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마저 자체 칩을 발표하며 ‘탈 인텔’을 선언해 위기에 몰렸다.
그런 위기는 인텔에 오히려 약이 됐다. 정통 인텔맨 출신 펫 겔싱어 CEO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하고, 인텔을 떠난 개발진들을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5G 모뎀, 낸드 플래시 등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전통의 라이벌의 화려한 복귀가 그동안 잠들어있던 인텔의 기술 및 개발 역량에도 다시금 불을 붙인 모양새다.
2019년 발발한 코로나 팬데믹은 PC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왔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고, 원격 근무용 PC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2분기 기준 글로벌 PC 출하량이 8000만대를 기록, 2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지난 2년여간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이 업계에 뿌리를 내리면서 PC는 다시금 ITC 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기기로 자리매김했다.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당분간 PC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상황에서 인텔과 AMD의 라이벌 관계 회복은 PC 산업은 물론, 나아가 컴퓨팅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용 CPU의 발전은 나아가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CPU의 발전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양사의 건전한 경쟁 구도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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