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토요타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맞붙을 기세다. 현대차가 이후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전기차 인프라 공략이다. 아이오닉5 등 전기차 판매 시 딜러들에게 우선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도록 하는 등 영향력 확장에 나섰다.

11일 집계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2021년 미국시장 누적 판매 자료를 살펴보면 현대차는 148만9188대를 판매했다. 제네시스와 현대차·기아 등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230만대쯤을 판매한 토요타의 뒤를 이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아시아 완성차 브랜드 중 2위다. 기존 2위였던 혼다는 2021년 146만대쯤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가 2021년 누적 판매량에서 혼다를 제친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현대차가 미국 누적 판매 1위인 토요타와는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혼다를 제친 것은 큰 성과라고 평가한다.

미국서 생산될 예정으로 알려진 일렉트리파이드 GV70 / 현대자동차
미국서 생산될 예정으로 알려진 일렉트리파이드 GV70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전기차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내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설립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는 것만 아니라, 아이오닉 시리즈 등을 판매하는 딜러에게 전기차 인프라를 필수로 갖추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국내 기자단과 인터뷰를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판매를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며 "모든 딜러가 아이오닉5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딜러에게만 자격을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아직 전체 자동차 대비 전기차의 수요가 많지 않다. 2020년 기준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순수전기차의 점유율은 1.6%쯤에 불과하다.

미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가 낮은 주요 이유 중 하나로는 충전기 등 전기차 인프라의 미비가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 점을 지적하며 75억달러(9조원)을 투입한 50만개 충전소를 설립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 내 구축된 테슬라 충전소 / 이민우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도심 내 구축된 테슬라 충전소 / 이민우 기자
라스베이거스 현지의 한 우버 드라이버는 "아직은 굳이 전기차를 사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테슬라를 제외하면 근처에서 충전소도 찾기 힘든데다 집에도 충전기를 설치해야하는 점도 번거롭고, 휘발유 등 차량보다 연료값이 특별히 싸지도 않아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에서 휘발유 등 내연기관차의 연료가 가장 저렴한 나라중 하나다.

미국 자동차 협회 기준, 1월 미국 휘발유 가격은 1갤런당 3.3달러(3900원)이다. 리터(ℓ)당 872원쯤으로 1월 11일 기준 1620원인 국내 휘발유의 절반쯤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로 승부를 걸기 위해선, 상품성 외에도 내연기관차에 익숙한 미국 운전자에게 호응받을 수 있는 전기차 인프라와 가격정책이 필수라는 의미다.

현대차도 이를 인지하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일렉트릭파이 아메리카’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는 미국 최대 충전기 서비스 제공 업체다. 현대차는 협업을 기반으로 코나EV, 아이오닉5 구매 고객에게 2년간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충전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토요타도 미국 내에서 이미 프리우스 등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인프라 관련 협업도 다수 진행한 바 있다.

특히 토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관련 특허 출원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잠재성도 높아 향후 현대차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