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인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헬스케어 관련 기업을 거액을 들여 인수하는 반면, IBM은 헬스케어 사업에서 발을 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서로 다른 사업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왓슨 헬스 소개 이미지 /IBM 홈페이지 갈무리
왓슨 헬스 소개 이미지 /IBM 홈페이지 갈무리
최근 미국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IBM이 왓슨 헬스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각 추정금액은 10억달러(1조1900억원)이다. 10년 넘게 IBM이 왓슨에 투자한 금액에 비하면 초라한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은 IBM이 2021년 말에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과 왓슨 헬스 구매자를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IBM은 그동안 왓슨 헬스를 구축하는 데 40억달러(4조7000억원)을 들였다고 분석했다. 왓슨 헬스 사업은 IBM이 2015~2016년 인수한 의료 데이터 분석 사업 ‘트루벤’, 환자와의 소통을 보조하는 ‘파이텔’, 의료 영상 사업인 ‘머지 헬스케어'를 포함한다.

IBM의 왓슨은 2013년 세계 최초 암 진단 소프트웨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정확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왓슨을 도입했던 국내 일부 병원들은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다.

미국 최고의 암 병원으로 꼽히는 MD앤더슨 암센터도 2016년 IBM왓슨과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4년 만에 성과 없이 종료했다. 2018년 IBM은 왓슨 헬스사업 조직의 직원을 최대 70%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21년 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BM이 헬스케어 사업이 순탄치 않자 왓슨 헬스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거듭된 매각설에도 IBM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IT 업계는 IBM의 왓슨 헬스 매각을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IBM은 2005년 왓슨을 공개한 후 10년 넘게 홍보와 투자를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금까지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 유망 사업이 아닌 골칫덩이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왓슨 헬스는 연간 10억달러(1조1900억원)쯤의 매출을 내고 있지만 적자를 지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헬스케어 사업의 실적은 보고서에 공개하지 않는다.

IBM의 헬스케어 사업이 주춤하는 사이에 클라우드 경쟁사들은 헬스케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오라클은 2021년 전 세계 1위 전자 의료기록 관리 업체 ‘서너’를 283억달러(33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CNBC는 서너가 보유한 의료 데이터를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기게 되면 오라클이 향후 헬스케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MS도 2021년 4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술 회사 ‘뉘앙스'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MS는 뉘앙스와 2019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문서작성용 사무 작업 자동화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 바 있다. 업계는 MS가 뉘앙스 인수 후 AI 기반 헬스케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라클과 MS가 IBM의 실패에도 헬스케어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헬스케어 클라우드 시장이 계속 성장 중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전 세계 헬스케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이 2020년 281억달러( 33조5000억원)에서 2025년 647억달러(77조1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