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가상세계 플랫폼 메타버스가 이용자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타버스 핵심은 가상 세계에서 존재하고 머문다고 느낄 만큼의 강력한 ‘실물감’인데 이런 실물감이 가상공간에 빈번하게 접속하는 이용자 정신에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호라이즌 월드 화면 / 메타 퀘스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호라이즌 월드 화면 / 메타 퀘스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13일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엔비디아, 메타(구 페이스북), 에픽게임즈 등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물감 구현’을 위한 메타버스 실행을 위해 투자를 집중한다. 개인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접속해도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한 공간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속도전을 내는 상황이다.

문제는 메타버스가 구현할 실물감이 정교해질수록, 이용자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몰입감각을 극대화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교류하는 이들은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내 이상적 아바타 만들기에 집착하는 이용자가 생겨나면서 열등감을 자극하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또 옆패감도 나올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다른 이용자와 어울리고 상호작용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일회성 게임이나 단순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무르기 보다 오랜 시간 자주 접속해 업무를 진행한다. 이때 메타버스에서 생활하다시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돈’을 주고 꾸밀 수 있는 메타버스를 통해 서로를 비교하게 된다.

레미 바일렌슨 스탠포드대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장은 WSJ와 인터뷰에서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정체성으로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답고 이상적인 아바타에 대한 집착과 비교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가상세계에 몰두하면서 현실세계와 균형감각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중독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고도화될 수록 자신이 위치한 공간에서 클릭 한번으로 다른 시공간에 놓이는 자극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때 ‘게임중독’ 현상처럼 메타버스 세계의 자극적 경험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일렌슨 소장은 "만약 사람들이 메타버스 생활을 더 선호하게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현실세계에서 길러야 하는 능력들을 개발하지 않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과 청소년 정신건강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인 영향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기술을 초반부에 열성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주로 젊고 어린 세대들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빈번한 접속과 교류과정에서 부딪힌 아이들이 거름망 없는 혐오 표현, 성폭력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아직은 가상공간 내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문제들에 어떻게 대비하고 처벌해야할지에 대한 사회적 법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선은 메타버스 플랫폼이 선제적으로 새로운 가상공간 참여자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메타의 경우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호라이즌에서 일부 공간에는 중재자를 배치하고 있다. 중재자는 문제가 있을 때 개입을 통해 원활한 이용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