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세계 최대 클라우드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 인프라를 사용하는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의 서비스가 먹통이 되는 사태가 있었다. 같은 달 구글 클라우드 오류로 구글 드라이브와 유튜브, G메일과 같은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일련의 사고가 발생한 후 ‘멀티 클라우드'가 주목을 받았다.

멀티 클라우드란 서로 다른 클라우드 제공업체(CSP)에서 2개 이상의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해 하나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만약 특정 업체 클라우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에 타격을 피할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갑자기 주가가 오른 기업이 있었다. 바로 ‘하시코프'다. 2021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하시코프는 멀티 클라우드를 위한 인프라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설립 10년차를 맞은 하시코프는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기에 맞물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각) 기준 하시코프의 시가 총액은 129억달러(15조3000억원)에 달한다.

김종덕 하시코프 한국지사장 / 하시코프
김종덕 하시코프 한국지사장 / 하시코프
하시코프는 2019년 8월 한국에 진출했지만,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확장 움직임을 보인 것은 2021년 하반기부터다. 2021년 10월 김종덕 하시코프 한국지사장을 선임한 후 국내 시장 공략을 귀한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김 지사장은 한국IBM을 시작으로 스트라투스 테크놀로지, 포티넷, 블루코트, RSA코리아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지사장을 역임하며 IT 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았다.

12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삼성에서 IT조선과 만난 김종덕 한국지사장은 하시코프에 합류하게 된 배경으로 클라우드 시장의 변화를 언급했다. 김 지사장은 "클라우드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영역이 돼 버렸다"며 "자체 설문조사 결과 조직 내에서 5개 이상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멀티 클라우드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됐고, 한국 시장은 이제 시작됐기 때문에 2~3년 내 개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또는 멀티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다양한 솔루션들을 섞어서 사용하고 싶어하며, 이러한 솔루션들을 통합하고 자동화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시코프는 이러한 수요를 공략한다. 테라폼(인프라)과 볼트(보안), 컨설(네트워크), 노마드(애플리케이션)는 하시코프의 대표적인 자동화 솔루션이다. 어떤 클라우드를 사용하든 종속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김 지사장은 "업계에서 하시코프는 몰라도 ‘테라폼'은 들어본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며 "테라폼과 볼트라는 제품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으며, 국내에서도 두 솔루션을 주력으로 밀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다양한 글로벌 신생 기업들의 지사장을 경험해 봤지만, 하시코프는 고객사에서 먼저 문의가 많이 온다는 점이 독특하다"며 "이미 한국에서 하시코프 솔루션 사용자 모임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시코프 솔루션 소개 이미지 / 하시코프
하시코프 솔루션 소개 이미지 / 하시코프
하시코프의 클라우드 운영 자동화 솔루션은 경쟁 제품이 없다는 것이 강점이자 숙제다. 김 지사장은 "새로운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고객사들이 많기 때문에 설득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렵다"며 "다행히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기술검증(PoC)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핀테크, 이커머스 기업 등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회사들이 주로 관심을 보인다"며 "국내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확대해 에코시스템(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2022년 숙제 중의 하나다"고 말했다.

첫 지사장을 맡은 김 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2년에는 팀을 셋업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며 "초창기엔 성장이 더디겠지만 산업군별로 성공적인 유스케이스를 많이 만들다 보면 변곡점을 지나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탑다운 방식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진행하다보니 밑단의 솔루션이 준비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기능이 좋은 솔루션이 많아졌고, 시장이 성숙해졌기 때문에 어느 고객에든 ‘자신 있게 (클라우드로)가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