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채용한 OLED TV를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다. 해외시장에 먼저 내놓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LG전자의 OLED TV 기술에 대한 부정적 마케팅을 지속해 왔던 만큼, 한국 시장에 OLED TV를 출시하기에 부담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LG디스플레이와 OLED 패널 거래 관련 질문에 "구매한다, 안 한다 개념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한 부회장의 입장 발표를 놓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OLED 패널 거래 협의의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OLED(WOLED) 패널을 받는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지만,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연내 WOLED TV가 국내에 출시될 확률은 굉장히 낮다"고 밝혔다.

한종희 부회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이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CES 2022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결정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내 국내 영상전략마케팅팀의 반대 목소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LG전자 OLED TV의 번인(Burn-in·장시간 TV를 켜 놓았을 때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우려를 지적하는 마케팅을 펼친 전례가 있다. 그동안 WOLED 패널 도입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한종희 부회장도 이런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과거 LG전자와 TV 화질 전쟁 당시 OLED TV 출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년 전인 2020년 1월 열린 CES 2020 당시 한 부회장(당시 사장)은 ‘OLED TV를 영원히 출시하지 않을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절대 안 한다"며 "삼성전자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패널을 공급하는 ‘QD디스플레이 TV’ 50만대, LG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받는 WOLED TV 150만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국내 출시 시점을 정하지 않은 WOLED TV 판매처는 해외 시장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OLED 기반 TV의 시장 확대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초대형’과 ‘8K’ 수요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네오 QLED’의 대중화에 집중한다. 판매량 목표는 300만대다. 70인치대 이상 초대형 부문에서 OLED TV의 가격 경쟁력이 LCD 대비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QD디스플레이 TV와 WOLED TV 모두 최대 65인치 제품으로만 내놓는다.

삼성전자 TV 주력 원자재인 LCD 패널 가격이 계속 인하되는 것도 QLED 집중 전략을 밀어 부칠 수 있는 이유다. 2021년 여름 급등한 LCD 패널 가격은 정점을 찍고 인하를 거듭했다. 현재 가격은 고점 대비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2년 1월 LCD TV 패널 가격 예상치는 32인치 HD 해상도 기준 38달러로 2021년 6월(88달러) 보다 64% 급락했다. 같은 기간 65인치 UHD 패널 가격도 285달러에서 186달러로 인하됐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