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美 투자 늘리지만 급소는 中이 쥐고 흔들어

이광영 기자
입력 2022.01.17 06:00
K배터리의 설비 신·증설이 지난해부터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2025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발효하면 북미 3국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의 장착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야한다. 2025년 현지 생산 비중을 75%로 끌어올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K배터리의 급소를 쥔 곳은 중국이다. 흑연·리튬과 희토류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해 미국 중심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소재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제1 배터리 공장 ‘얼티엄 셀즈’ / LG에너지솔루션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국내 배터리 기업과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글로벌 투자, 시장 점유율 자료를 보면 국내 배터리 기업은 2025년까지 미국 내 11개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투자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미국 내 전체 배터리 생산설비 중 국내기업의 설비 비중은 10%대에서 70%까지 확대된다.

배터리 3사는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완성차 업체와 합작 투자 소식을 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스텔란티스와,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각각 손잡고 합작 공장을 설립하거나 독자적으로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일본 혼다자동차와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을 살펴보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2021년부터 코발트, 니켈, 망간, 흑연 등 핵심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점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아킬레스건’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제조 능력을 보유했음에도 대부분 원료를 중국에서 들여온다는 약점은 보완되지 않았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코발트, 니켈, 망간을 혼합한 중간 제품인 전구체 대부분을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한다. 전구체는 양극재를 만드는 핵심 원료다. 양극재와 함께 배터리 4대 핵심소재인 음극재 역시 중국이 시장의 70% 가까이를 장악했다. 이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도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중국산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CATL로 대표되는 자국 배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소재 수출을 일부 차단할 경우 K배터리가 치명타를 입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SDI 헝가리 법인 / 삼성SDI
국내 배터리 업계는 중국 외 글로벌 소재기업과 장기계약을 맺거나 지분을 투자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배터리 재활용 분야 투자 차원에서 라이-사이클(Li-Cycle)이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총 투자금액은 600억원으로, 양사가 각각 300억원씩 부담했다. 라이-사이클은 2016년 설립된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2021년부터 2029년까지 8년 동안 세계 2위 리튬 생산업체인 칠레 SQM으로부터 5만5000톤의 탄산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최근에는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Liontown)으로부터 수산화리튬 원재료인 ‘리튬 정광’ 70만톤을 2024년부터 2028년까지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배터리 핵심 소재의 공급망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세계 1위 코발트 생산 회사인 스위스의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쯤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54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삼성SDI는 호주 QPM의 TECH 프로젝트를 통해 3~5년간 연간 6000톤의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2019년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피엠그로우에 투자한 데 이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는 성일하이텍과도 협업을 병행 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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