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물거품된 메가 조선사 꿈…다시 꿀 수 있을까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1.17 06:00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합쳐지는 ‘메가 조선사’의 꿈이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끝까지 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지주는 14일 유럽연합(이하 EU)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을 불허한다는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현물출자와 투자계약 등 관련 계약들의 해제 여부를 포함한 향후 처리 방안과 관련해서는 계획이 추후 결정되는 시점에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반독점 규제당국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제안이 경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로이터통신은 양사가 경쟁 우려에 따른 대책을 EU 집행위원회에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EU는 유럽 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양사의 합병이 액화천연가스(이하 LNG) 운반선의 건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울산조선소 / 조선DB
세계 조선업계 1위(2016~2020 수주환산톤수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4위 대우조선의 합병은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거대 국적 조선사의 탄생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또 현재 국내 3사 구조에서 2사 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과다 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U의 반대로 인해 메가 조선사의 꿈이 사실상 물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아직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입장문을 통해 "법률자문사 프레쉬필즈, 경제 분석 컨설팅기업 컴파스렉시콘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2년 동안 EU에 단순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EU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EU가 과독점 우려를 표명한 LNG 운반선 시장의 경우 삼성중공업과 중국의 후동중화조선, 일본의 미쓰비시·가와사키, 러시아 즈베즈다 등 경쟁자들이 많고 LNG선 핵심기술인 화물창도 프랑스 GTT와 노르웨이 모스마리타임이 독점권을 보유해 화물창 기술이전 없이 LNG선박을 건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이 딜을 위해서 3년을 공을 들여 왔다"며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슈퍼사이클 이후 조선업이 어려워졌을 때 합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지금도 그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3사 체제에서 경쟁이 과도하게 심해지고 중복되는 부분도 많아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EU의 불승인 관련 부분은 절차대로 진행하고 결정문을 근거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대응할 예정이다"며 "항소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관련업계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만약 현대중공업그룹 측이 EU의 결정에 항소해 승소할 경우 처음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에 승인 결정을 냈던 타 국가들이 이번 EU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아닌 타 대기업의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조선 분야와 관련있는 기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은 한화, 포스코, SM그룹 등이다.

한화와 포스코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다. 한화는 2008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도 있다. 한화의 경우 방산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조선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면 조선부문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조선과 해운의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다만 대우조선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설 기업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항소를 한다고 해서 이길지 모르겠고 이긴다고 해도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하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 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철강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은 많다. 오히려 메가 조선사의 꿈보다 더욱 큰 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당장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는 회사가 없어보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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