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슈슈(필자의 중국명), 완판 했어요!"
‘됐다! 됐어 매출 10억. 역시 이 방법이 먹혔구나.’

지난해 5월 우리는 국내에서조차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한 화장품 브랜드를 중국에 론칭해 드라마틱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한국 화장품들은 이미 한국에서도 판매율이 좋은 이른바 브랜드 제품들이다. 인지도가 낮은 한국 제품은 중국시장에서도 고전할 수밖에 없다. 판매 왕홍들도 주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력 하나만 믿고 중국 바닥 시장부터 다지기로 했다. 2트랙으로 운영했다. 먼저 우리 제품과 경쟁군에 있는 화장품을 한국의 화해(화장품 해석) 같은 평가사이트에서 모두 취합해 빅데이터화 했다. 빅데이터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한마디로 화장품의 장단점 리뷰를 계층화한 것이다. 계층화된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 접점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특히 소비자 클레임 때 매우 유용하다.

두 번째로 화장품 리뷰를 하는 중국의 컨슈머들(KOC : Key Opnion Consumer)과 손을 잡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이 승패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진성 컨슈머를 선별하는 데만 꼬박 3개월을 썼다. 몸은 고됐지만 이때 노하우를 많이 얻었다. 구독자수보다 진짜 컨슈머가 중요하다. 기존 소비자 품평단과 달리 컨슈머들과 진실된 제품 평판만을 만들어 갔다. 브랜드 채널은 제품 홍보 목적이 아닌 철저하게 위와 같은 중국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로 사용했다. 제품 혹평이나 안티글도 수용했다. 상당히 혹독 했지만 이들의 품평은 우리를 더욱더 가깝게 중국 소비자에게로 안내해 주었다. 우리가 진심이면 우리의 진성 팬들이 악플러들도 커버해준다는 것도 피부로 느꼈다.

총 8개월 동안의 중국시장 바닥 다지기에 전념한 결과 빅시즌에 높은 판매율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 회사는 중국 소비자에게 진짜 한국 제품을 선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국의 히든챔피언 브랜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 진출을 돕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저마다의 이유로 중국 진출을 원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외형적인 겉치레보다는 나의 입장에서 중국의 현실을 직시할 것을 권유드리고 싶다.

김정민 브랜드건축가가 컨텐츠마케팅 써밋 2021에서 발표하는 모습.
김정민 브랜드건축가가 컨텐츠마케팅 써밋 2021에서 발표하는 모습.
‘커머스 천국’ 중국은 탑티어 왕홍들이 618징둥데이(6월), 알리바바 광군제(11월)에서 수천억의 브랜드를 한 시즌(약 2주 동안)에 판매한다. 연간 판매액은 수조가 넘는다. 똑똑한 중국 소비자들은 이때 값비싼 국내외 브랜드들을 마구잡이로 구매한다. 이 시즌에 파격적인 가격할 인과 덤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런 호황에 힘입어 정상급 왕홍은 한국 대기업의 연간 매출에 버금가는 실적을 낸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숫자를 조작하면 이 바닥에서 살 수 없을뿐더러 중국 관계 당국의 삼엄한 눈초리 때문에 꼼수를 부렸다간 영구 제명될 수 있다. 최근 이 분야 1위인 웨이야가 탈세혐의로 큰 홍역을 치르면서 이시장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커머스는 중국인들에게 떼래야 뗄수 없는 일상이다.

중국은 한국기업들에게 돈이 되는 시장 즉 ‘머니마켓’이라 불린다. 맞다! 중국은 엄청난 빅마켓이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만큼 중국은 박터지는 ‘머니게임’ 시장이다. 머니게임의 승자가 모든 것을 거머쥐듯이 게임에는 룰과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국시장을 원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은 ‘베팅’에만 전념하는 것 같다.

최근 2년 동안 중국 현지에서 한국기업들의 활약상(?)을 보면 중국의 바닥 시장을 다지기보다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들처럼 세일 시즌에 인기 왕홍에게 올인해 일확천금만을 쫓고있다.

수요가 몰리면 가격이 올라가듯이 왕홍들에게 지급해야 될 비용은 개런티, 판매수수료, 성과급 등 소비자 가격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다고 판매 매출을 장담받기도 어렵다. 실제로 쪽박을 차는 사례도 허다하다. 이마저도 더 큰 물량과 옵션을 내세운 중국 대기업들의 왕홍 러브콜이 많아서 끼어들 틈도 없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한국의 대기업들도 이럴진데 한국의 중소기업은 꿈도 꾸기 어렵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중국 커머스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이는 매우 환영할만한 일인데 사행성 정보와 가짜 뉴스들이 더 많아 보인다. 한국사람들이 중국은 어떻다고 단정 짓어 말은 많이 하지만 실상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스타트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 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중국 커머스를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2016년 8월에 오직 중국만 바라보고 콘텐츠를 만드는 작은 부티크(Boutique)회사로 시작했다. 부티크는 작지만 디테일 하나에 특화된 회사를 말한다. 우리의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중국의 플랫폼사들과 꽤 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다.

다음호에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빌리빌리 등의 중국플랫폼사들과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담아보도록 하겠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정민 브랜드건축가(BrandArchitect)는 중국소비자를 위한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고 브랜드 커머스를 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 유튜버들과 히든챔피언 브랜드들이 브랜드건축가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저서로는 ‘100억의 서정적인 브랜드건축가(2017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