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불 끈 ‘인슐린’ 운송 대란, 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김동명 기자
입력 2022.01.19 06:00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물학적제제 운송 강화’ 정책에 계도기간 6개월을 부여해 당장 인슐린 등 관련 의약품에 대한 운송 대란은 피했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부 규칙이나 운송비용 등 논의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식약처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않았으며 심지어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자 구성될 협의체에 핵심 관계사인 다국적 제약사의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추후 의약품을 전달 받지 못해 직접적인 피해를 볼 환자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강화된 ‘생물학적제제 운송’으로 인해 중소의약품유통업체들이 인슐린 등 의약품 운송을 포기할 조짐이 보여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17일 시행 예정인 생물학적 제제 배송 강화 등이 담긴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의 계도기간이 7월 17일까지 6개월간 운영된다. 식약처는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한국의약품유통협회를 포함해 관련 협회 등에 전달했다.

주요 개정사항은 ▲수송설비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외부에서 내부의 온도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조치, 자동온도기록장치 온도 조작금지 ▲설치된 자동온도기록장치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정·교정 실시 ▲수송설비를 사전에 검증 등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1년 7월 생물학적 제제의 보관 및 수송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 개정안 공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22년 1월 17일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배송하는 유통업체들은 수송용기에 자동온도기록장치를 필수로 설치하고 그 기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세부 내용이 아직까지 고시되지 않고 있다.

우선 개정안 자체에는 식약처장 고시에 따르라고 명시돼 있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예컨대 자동온도기록장치는 식약처장이 정한 바에 따라 주기적으로 검·교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점과 수송 시에는 식약처장이 정해 고시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구조와 장치를 갖춰야 한다 등이다.

문제는 관련 내용에 맞는 현실적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세부 내용을 따를시 중소의약품유통업체들의 납품 마진에 큰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한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생물학제제 포장용기를 구입한다 해도 업체 마다 규격과 제품성능이 제각각인데 나중에 식약처가 제품 인증 제도를 도입하게 된다면 굉장히 난감해진다"며 "만약 회사가 구매하게된 제품이 추후 식약처 인증을 못받게 되면 당장 모든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라고 토로했다.

아무리 계도 기간이라도 개정안 불이행 시, 각 지자체 혹은 업계 내 고발에 의한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관련 업계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은 약사법 제47조 제1항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에는 의약품 등의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 명시돼있다. 그 가운데에는 ‘불량·위해 의약품 유통 금지, 의약품 도매상의 의약품 유통품질관리기준 준수 등 의약품 등의 안전 및 품질 관련 유통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돼있다.

만약, 약사법 제 47조를 준수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이 가능해진다. 약사법 제95조는 동법 제47조제1항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계도기간 일지라도 법리상 처벌은 불가피할 수 있다.

또다른 의약품유통업체 관계자는 "법을 어기기 싫어서라도 생물학적제제 유통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다"며 "제품 구매와 자동 온도 측정기 설치 및 교육 등이 과연 7월까지 완료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생물학적제제는 당뇨병 환자들이 흔히 쓰는 ‘인슐린’이다. 2021년초 콜드체인 규정을 강화할 당시 규제의 초점은 백신에 맞춰져 있었다. 백신류의 관한 운송 규정은 개정안이 구체화하면서 생물학적제제 전체로 넓어졌고,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약국에서 빈번히 구매하는 인슐린 제제도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평균 수수료가 낮아 서비스 개념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유통했던 업체들이 비용 증가로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중소형 유통업체나 도매 위주 업체들은 더는 생물학적제제 유통이 힘들다는 의사를 밝혔다.

규모가 큰 업체들도 매일 배송은 물리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유통 포기 업체가 늘어나면 환자들이 필요한 약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식약처는 원활한 정책 안착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돌입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현재 인슐린 제제 등 생물학적제제의 대부분은 다국적제약사 제품이다. 이를 유통하는 의약품유통업계는 배송 관리 강화 정책에 따른 비용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국적사 또한 문제 해결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중요 논의 대상으로 다국적사를 포함하는데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인슐린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는 노보디스크제약, 사노피-아벤티스, 릴리 등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의약품유통업계는 생물학제제 주요 공급사인 다국적 제약사과 세부 규정 조율 및 비용 부담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만, 정작 식약처는 각 제약사에 공문 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뒷받침 되기 위해서는 추후 현실적인 방안을 국가가 공지해 줘야 하지만 법령 공표 후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일이 다가왔다"며 "제약사 측에서도 어떤 부분을 어떻게 도울지 관련 당국이 중재를 해야하지만 특별한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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