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치열해지는 글로벌 ‘OTT 대전'에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 전면에는 K콘텐츠를 내세운다. 이를 위해 올해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투자해 25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제기되는 국내 콘텐츠 제작 보상 체계나 망사용료 이슈 등에는 소극적이고 원론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부사장(VP) / 넷플릭스의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발표 화상질의응답’ 화면 갈무리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부사장(VP) / 넷플릭스의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발표 화상질의응답’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는 19일 올해 공개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부사장(VP)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강동한 VP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기획하고 제작하는 오리지널 영화나 예능 콘텐츠를 선보인다. 강 VP는 "지금까지 장르물에 편중해왔지만 올해는 ‘넷플릭스가 이런 것도 하나'라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제작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할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 등 흥행으로 넷플릭스의 전 세계 한국 콘텐츠 시청 시간이 2019년대비 6배 이상 늘어난만큼 ‘K-콘텐츠’에 많은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다만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강 VP는 "한국에서 15개 오리지널을 발표한 작년에만 5000억원을 투자했다"며 "올해는 25개를 발표하는 만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작품당 평균 제작비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라면 25개 작품 제작에 적어도 8000억원 이상, 이른바 '대작'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1조원 가까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할 콘텐츠 라인업은 1월 28일 하이틴 좀비 장르물 '지금 우리 학교는'을 시작으로 ▲소년심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안나라수마나라 ▲글리치 ▲택배기사 ▲모럴센스 ▲카터 ▲서울대작전 ▲정이 ▲20세기 소녀 등이다. 다음달에는 '모럴센스'를 시작으로 넷플릭스가 기획 및 제작 지원하는 오리지널 영화도 선보이게 된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망사용료 무임승차 이슈, 콘텐츠 보상체계 강화 질문엔 원론적 답변

이날 넷플릭스는 꾸준히 논란이 된 망사용료 무임승차 이슈에는 원론적이고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강VP는 "넷플릭스는 소비자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역할이고 통신사(ISP)는 원활한 인터넷 접속을 제공해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해야 하는 일과 ISP가 하는 일은 분리가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망 사용료나 세금 추징 등이 향후 한국 콘텐츠 투자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콘텐츠 투자 규모와 별개의 논의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 콘텐츠 제작자의 보상 체계 강화 질문에도 모호하게 답했다. 강VP는 "넷플릭스는 월정액 서비스로 한 달에 일정금액을 내면 콘텐츠를 무제한 즐길 수 있다"며 "개별 콘텐츠 성공과 실패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힘든점이 있어 추가 시스템으로 보상을 하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작자의 크리에티브한 비전을 두고 100% 제작비를 우선적으로 대고 있다"며 "(펀딩 대비) 더 큰 성공을 이루는 콘텐츠는 다음 프로젝트 시 자연스럽게 보상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요금인상 논란에도 명확한 배경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강VP는 "넷플릭스의 입장에서도 힘든 결정이었다"며 베이직 요금제는 올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이들에 밸류를 전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