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가능한 ‘의약품 사전승인제’ 같은 제도를 잘 활용해 환자들이 의약품을 적절히 공급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

변지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부연구원이 19일 엘타워에서 열린 ‘고가 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9일 양재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고가 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을 개최했다. / 김동명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9일 양재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고가 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을 개최했다. / 김동명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이날 고가 의약품에 대한 치료 접근성 향상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급여관리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가 의약품 급여관리 포럼’을 개최했다.

최근 5억원에 달하는 노바티스의 원샷 항암제 ‘킴리아주(성분명 티사젠렉류셀)’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문턱을 넘으면서 초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급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선민 심사평가원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대내·외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합리적 고가 의약품 급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포럼에는 이상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를 좌장으로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변지혜 심사평가원 부연구위원 ▲안정훈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손호준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우선 채종희 교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에 대한 고가 의약품의 경우 인류가 약 150년동안 희생과 고민한 끝에 탄생한 의약품이다"며 "보통 연구개발이 시작될 때부터 허가까지 10년이 걸리는데, 훨씬 오랜 기간의 노력이 들어간 의약품들은 어쩔 수없이 초고가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졸겐스마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개발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다. 졸겐스마는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생존운동뉴런1(SMN1) 유전자 대체본을 삽입, 정맥주사를 통해 체내 운동 신경 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며, 인생에 단 한번만 투여하기 때문에 ‘원 샷(One shot)’ 치료제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졸겐스마를 장기추적 조사 대상 의약품으로 지정, 투여일로부터 15년간 이상사례 등을 추적하고, 처음 판매한 날부터 1년마다 장기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기적의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와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 환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졸겐스마의 국내 가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투여 비용이 25억원, 일본에서는 19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비용이 책정될 전망이다.

이에 심평원은 환자들에게 더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의약품이 보급될 수 있도록 마련된 ‘사전승인제도’를 최대한 개선 및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전승인은 심평원이 고위험·고비용이거나, 대체 불가능한 행위 및 약제 항목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 여부를 사전에 심의하는 제도다. 희귀·난치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입됐다.

사전승인제도 이후 ‘승인과정 체계화’를 통해 해당 의약품이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효과를 주는 지를 측정해 투약을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 건강보험 급여에 대한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가 있다. 스핀라자는 사전승인된 치료제다. 승인과정 체계화 관련 고시에 따르면 운동기능을 유지 또는 개선이 두 번 이상 입증되지 않으면 투약을 끊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보험 재정 지출을 막을 수 있고, 환자 측면에서는 자신과 맞지 않은 약물을 처방받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현재의 초고가 급여 정책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심평원과 각 기관들이 사전승인제도 활용을 재정 관리 목적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이 많이 아쉽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사전승인제도 자체의 문턱이 아직도 높다는 생각이 들고, 최적의 치료효과만을 바라는 환자들에겐 과도한 행정적 급여 실태는 가혹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김선민 심평원 원장은 "국민의 이익이 되면서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심평원뿐만이 아닌 다양한 기관과 집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하기 위한 첫 단추가 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