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5세대(5G) 이동통신 주파수 추가 할당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정부가 2월 20메가헤르츠(㎒) 폭의 3.5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경매로 내놓겠다고 밝힌 후 갈등이 이어졌다. 주파수 할당을 두고 갈등할 시간에 기지국 구축에 힘쓰는 것이 5G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19일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정책 간담회가 진행되는 모습 / 과기정통부
19일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정책 간담회가 진행되는 모습 / 과기정통부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무소속)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3.5㎓ 대역 5G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정부와 이동통신 3사, 소비자 단체, 학계 전문가 의견을 나누고자 마련한 자리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번 행사와 유사한 성격의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 토론회를 4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자리에서 20㎒ 폭의 3.5㎓ 5G 대역 주파수를 2월 진행하는 경매를 통해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LG유플러스 몫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SK텔레콤과 KT가 해당 토론회에서 경매 방식과 할당 조건 등의 수정을 요청한 상태다.

공정성 논란은 현재진행형CA 활용 불가한데 이통 3사 모두 경매 가능?

SK텔레콤은 주파수 추가 할당이 공정성 이슈와 분리될 수 없는 사안임을 짚었다. 실상 할당되는 대역이 LG유플러스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공정 경쟁인 것처럼 경매 방식을 추진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할당하는 대역은 3.4G~3.42㎓로 LG유플러스 기존 대역(3.42G~3.5㎓)과 접해 있다. LG유플러스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해당 대역 사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과 KT는 기존에 보유한 주파수 대역과 떨어져 있기에 함께 사용하려면 주파수집성기술(캐리어 애그리게이션, CA)이 필수다. 하지만 CA 지원 단말기가 시중에 없는 데다 CA 관련 기지국 장비와 망 구축에도 3년 이상이 걸린다.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혁신실장은 "고객 편익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수단과 과정은 불공정하더라도 상관없다는 것이 이 사회의 법과 정의 관념이 아니라면, 정부의 주파수 정책과 통신 정책이 시장경제체제의 큰 틀에서 어떻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한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학계 전문가 일부도 이번 경매가 공정성 이슈와 분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가 2018년 진행한 5G 주파수 경매가에 기초해 이번에 할당하는 주파수 가격을 산정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성환 아주대 교수는 "2018년 경매에 문제가 있었다. 외생적 불확실성뿐 아니라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있어 그때 가격이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다"며 "주파수를 가져가는 사업자가 충분한 대가를 내는 것과 시장 경쟁 구조에서 영향을 받는 것은 별개 문제이기에 또 다른 공정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는 "사업자 간 출발점부터 다르다. 인접 대역인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과 KT는 참여하기 어려운 주파수인데 참여하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며 "주파수 경매는 적절하지 않다. (해야 한다면) 수도권에 먼저 할당하지 말고 지방 공동망을 구축하는 데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통 3사별 주파수 이용 현황표 / 과기정통부
이통 3사별 주파수 이용 현황표 / 과기정통부
LGU+ "주파수 추가 할당은 예고된 일"…사회 후생 증진이 할당 목적돼야

LG유플러스는 주파수 추가 할당이 예고됐던 상황에서 공정성 언급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추가 할당이 5G 품질 개선 등 소비자 효용으로 이어지기에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주파수 할당 사업자가 주파수를 수도권 지역에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반대 입장을 냈다.

김윤호 LG유플러스 공정경쟁담당은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은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정부가 공문으로 알린 사안이다"라며 "시기나 지역과 관련해 조건을 다는 것은 소비자 편익을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지희 서울시립대 교수 역시 지역별로 주파수를 나눠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4년 전 이미 주파수 추가 할당이 예고돼 있던 상황이라면 SK텔레콤과 KT가 그간 대응 준비에 소홀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송 교수는 "지방에 먼저 (주파수를 적용)하는 게 국민을 위해서라면 좋겠지만 더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게 좋겠다"며 "할당받는 대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 발굴, 고도화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규 한양대 교수는 이번 주파수 할당 이슈로 공정성이 언급되지만, 본래 할당 목적과는 별개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사업자 형평성이 정부 목표가 아니다. 사회 후생 증가다"라며 "때론 불합리 하더라도 이번 이슈는 사업자들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KT는 이같은 지적과 관련해 통신장비 제조사 한계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삼성전자 등 타사 장비를 사용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품질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김광동 KT 정책협력담당은 "혹자는 KT가 투자를 안 하려고 한다는데, 비수도권은 장비 대응과 투자 대응을 이어갈 수 있다"며 "그런데 수도권은 장비 제조사 개발 로드맵상 (화웨이 64TR 등의 더 나은 성능의 장비가) 들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5G 주파수 추가 할당 관련 경매 방식 인포그래픽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가 밝힌 5G 주파수 추가 할당 관련 경매 방식 인포그래픽 / 과기정통부
주파수 갖고 다툴 시간에 기지국 더 구축했다면

소비자 관점에서 이번 주파수 할당 갈등과 별개로 그간 이동통신 3사가 5G 품질 개선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파수 확보가 5G 서비스 품질 차이로 직결된다며 이통 3사가 갈등을 빚지만, 실상 기지국 구축 등에서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송지희 교수는 "학생들, Z세대에게 5G를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더니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만 내걸었지 실제 아무것도 체감하는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며 "(주파수 할당이) 중요하지만 너무 소모적으로 시간과 열정이 들어간다. 이럴 시간에 서비스 고도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지 않냐"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통신 품질을 측정한 결과, SK텔레콤은 (5G 다운로드 속도가) 900㎒대, KT는 700㎒ 중반 이상, LG유플러스는 700㎒ 초반대가 나왔다"며 "(LG유플러스가 80㎒ 폭으로 100㎒ 폭인 SK텔레콤, KT보다) 밴드가 더 적음에도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지국을 얼마나 촘촘히 하고 중계기를 얼마나 구축했느냐다"며 "대역을 넓혀야지만 속도가 늘어난다는 관점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이 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5G 소비자 불만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을 통계로 짚었다. 2019년 1800건에서 2020년 1900건으로 16% 증가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정 총장은 "품질 관련 불만 사례를 보면 통신 불량 관련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2019년 5G 상용화 초기엔 품질 불만이 지방 중심으로 발생했는데, 2020년 사례를 보면 수도권의 60%에서 품질 불만이 집중된 특성을 보인다"며 "이통사가 품질 관련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SK텔레콤 직원이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이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정부, 부진한 이통 3사 투자 주파수 할당으로 촉진

과기정통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주파수 추가 할당이 결국 이동통신 시장에 선순환을 낳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간 이동통신 3사가 5G 투자에 미진했던 것을 이번 주파수 할당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이통사별로 이익에서 신기록을 했다는 기사는 나오는데 투자는 없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상식적으로 캐시가 많이 들어오는데 돈을 안 쓰니 이익이 많이 난다고 볼 것이다"라며 "투자를 촉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LTE는 여러 곳에서 다 터지는데 5G는 안 터지는 게 사실 실내망 구축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며 "LTE만큼 (기지국을) 구축하면 잘 터지겠다는 판단하에 아이디어를 내서 (할당 조건으로) 15만국 구축을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이번 경매로 주파수를 할당받는 사업자에 2025년 12월 31일까지 15만개 무선국을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했다. 네트워크 안정성과 신뢰성 강화를 위해 주파수 이용 계획서에 관련 방안을 담아 제출하도록 하는 조건도 포함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 추진 계획에 변경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주파수 가격 산정 등에서 이동통신 3사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주파수 할당 계획을 확정한 후 2월에 할당 계획 공고를 올린 후 경매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