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20일 사내 게시판에 장문의 글을 올려 경영진 교체 배경을 알렸다. 또 최근 회사를 둘러싼 지적에 대해 반성하고 새 리더십을 예고했다. 카카오는 이날 지난 4년간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되던 현 경영 체제를 남궁훈 단독 대표 체제로 교체하고 효율적인 공동체(계열사) 운영에 나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카카오
김 의장은 이날 "새로운 CEO를 내정하고 지지와 응원의 글을 올린지 불과 50여일 만에 다시 뉴리더십을 말씀드리게 돼 착잡하다"며 "새 리더십을 원점에서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남궁훈 대표체제를 결정한 배경을 두고 "엔케이(남궁훈 대표)는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했을 뿐 아니라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공동체 차원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왔다"며 "엔케이가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적극 사업적 비전을 리드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했다.

김 의장은 또 최근 카카오를 둘러싼 지속적인 잡음에도 임직원에 사과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회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카카오의 상생안,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같은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 기대하는 것,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2년간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카카오공동체가 이제는 카카오톡을 넘어선 다음 비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최근 카카오가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이나 ‘골목상권 침투' 등으로 여러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포용적 성장’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김 의장은 "재작년 카카오 10주년을 맞이해 시즌2를 선언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며 "이번을 계기로 이사회와 뉴리더십, 크루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긴장관계 속에서 미래 비전과 포용적 성장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