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5G 장비에서 클라우드로 옮겨붙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금지했다. 그 결과 영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미국 동맹국들은 5G 네트워크 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했다. 이로 인해 1위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 였던 화웨이는 글로벌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이미지 / 알리바바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이미지 / 알리바바 클라우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최대 기술 기업 중 한 곳인 알리바바로 경계의 화살을 겨눈다. 18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미국 내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가 개인 정보와 지식 재산권을 포함한 미국 고객 정보를 어떻게 저장하는지,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의 클라우드에 저장된 미 사용자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지 등을 조사한다.

이번 조사는 상무부에서 정보 보안국으로 알려진 부서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서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만들어졌으며 중국, 북한, 러시아, 이란과 같은 적대국의 인터넷, 통신, 기술 기업과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외신은 미국의 알리바바 클라우드 조사는 기술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 통신기업인 화웨이가 5G 장비에 ‘백도어(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어 정보를 탈취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5G 망은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필수적인 통신 인프라다. 클라우드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데이터 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미국이 자국 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AWS, MS, 구글)이 독식하다시피하던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 올려 3위 사업자인 구글 클라우드를 바짝 추격했다.

시장조사업체마다 결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2021년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전 세계 인프라형서비스(IaaS) 시장에서 3위, 아시아 태평양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알리바바는 2021년 회계연도 기준 91억8000만달러(11조원)의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을 올리며 2020년 보다 50% 성장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 2021 회계연도 매출 인포그래픽 / 알리바바 클라우드
알리바바 클라우드 2021 회계연도 매출 인포그래픽 / 알리바바 클라우드
알리바바는 차곡차곡 글로벌 클라우드 레퍼런스를 쌓는다. 2월 개최를 앞둔 중국 동계 올림픽 시스템도 100% 알리바바 클라우드로 운영된다. 앞서 일본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도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활용됐다.

국내에서도 게임과 미디어, 이커머스 업계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알리바바 또는 텐센트 클라우드를 사용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알리바바 클라우드와의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기업의 중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알리바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IT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위협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기류가 흐른다. 미중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미중 갈등 리스크를 알지만, 필요에 따라 협력을 진행한다. 미국 클라우드 기업 세일즈포스는 미국 정부의 조사 발표 직전 열린 ‘NRF 2022’ 행사에서 알리바바와의 클라우드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중국 기업 견제는 이미 몇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기 때문에 중국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차이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하고 도입하는 것이다"며 "미국 정부 규제 강화 시 영향은 물론 있겠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중국 클라우드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아예 사용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