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인수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대우조선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대두되고 있다.

재무문제로부터 야기되는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길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 등이 숙제로 떠올랐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성근 대우조선 사장이 마주한 숙제를 해결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 대우조선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가삼현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 인수전 철수를 공식화했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최근 국내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담회에서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쟁 저해 가능성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통해 대응했고 유럽연합(이하 EU) 결정에 대해서는 보도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유감이다"며 "결정문 검토해서 어떠한 단계를 밟을 건지 추후 얘기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EU가 불허한 이상 공정당국 심사는 큰 의미없기 때문에 철회해서 심사 중단된 상태다"고 말했다.

가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현재의 딜이 클로징 단계인 것은 명확한 것 같다"며 "이와 별개로 EU 결정문에 대해서는 대응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과 합병이 무산된 대우조선은 다양한 문제와 마주하게 됐다. 가장 우려시되는 것은 재무 문제다. 2021년 3분기 기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297.3%, 유동비율은 94%까지 하락했다.

유동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유동자산으로는 대출을 전부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었다.

지속적인 적자로 재무 부담을 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021년에 업황이 개선돼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이 지난해 1조29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특성상 수주 실적이 당장 반영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조선은 당분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 부담이 지속될 경우 타사와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20년에 연구개발비용으로 722억을 사용했다. 이는 매출의 1% 수준이다. 연구개발 비용을 늘려가야 환경기준 대응 및 스마트 선박 시장 선점이 가능하지만 당분간 적자가 예상돼 이마저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예측이다.

노사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우조선 노사는 아직까지 지난해 단체교섭을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 및 신규인력 채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누적된 적자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노조는 확대간부 출근 투쟁, 간부 4시간 파업을 전개했으며 21일에는 전 조합원 4시간 파업에 돌입한다.

회사 안팎으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이 사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40여년간 대우조선에 몸담으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던 그가 3월 임기 만료 전까지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임이 불투명한 이 사장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적인 문제는 채권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으며 흑자 전환 역시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노사 갈등 봉합의 경우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무산된 대우조선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며 "새 주인 찾기도 난항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 내에 산적한 문제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과 인수・합병이 무산된 상황에서 이 사장의 연임도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며 "그만큼 회사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에 시간과 힘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