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 향하는 고가 법인차 꼼수, 2억↑ 車 법인 비율 76%

이민우 기자
입력 2022.01.21 06:00
몇 년간 줄곧 지적된 법인 소유 고가 수입차 문제가 대선을 맞아 단두대에 섰다.

법인에서 의전, 영업 등에 사용하는 차량은 법인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해 경비 처리를 통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무나 의전과 동떨어진 억대 수입 외제차와 고급 슈퍼카들까지 법인용으로 등록된 것이 드러나면서, 업무용보다 사적 용도로 가깝게 사용되는 고가 수입 법인차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여야 대선 후보도 관련된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거나 의구심을 제기하는 등 제도 변혁 바람이 분다.

2021년 40억대 가격으로 법인 의전용 차량으로 등록돼 논란을 빚은 부가티 시론 / 부가티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일 기준 내세운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법인차 구분 전용 번호판이다. 현재 영업용(노란색)이나 전기차(파란색)의 전용 번호판처럼, 기업 등의 업무용으로 등록된 법인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는 것이다.

법인차는 기업 등에서 업무용으로 운용하는 차량이다. 운용비를 법인 경비로 처리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차량 감가상각비 연간 최대 800만원, 차량유지비용 최대 1500만원(운행기록부 미작성 시)까지 경비로 인정된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경비를 한도 없이 추가로 인정받는 것도 가능하다.

법인차 세제혜택은 기업의 사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세금 탈루를 위한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억 단위를 손쉽게 오가는 고급차와 업무와 크게 상관없는 스포츠카, 슈퍼카가 법인용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8월 기준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국내에 등록된 2억원 이상의 고가 차량의 76%가 개인이 아닌 법인용으로 등록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수입자동차협회(KAIDA) 수입차 누적 집계에서도 법인용으로 등록된 억대 고가차량의 비율은 여전했다. 1억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가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업무용 승용차 관련비용 내역을 제출하는 명세서 서식 / 이민우 기자
이재명 후보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2021년 40억대 슈퍼카인 부가티 시론이 법인용으로 등록돼 운용되는 것을 놓고 SNS를 통해 법인차 관련 제도의 개편을 주장했다. 일부 기업들이 법인용으로 고가 차량을 등록해 업무와 상관없이 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질타했다.

이 후보는 "법인의 고가 수입차 비용특례 제도를 선보고, 업무 목적 외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 정비로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법인이 필요에 따라 고급차를 소유할 수는 있지만, 10억이 훌쩍넘으면서 좌석과 일본 도로에서 주행이 불편한 스포츠카를 의전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고가 수입 법인차 등록을 막는 방법으로는 엄격한 차량 가액 기준 상한선을 두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업무용과 동떨어진 2억 이상 고가 차량이나 스포츠카에겐 혜택을 주지 않거나 크게 감소시키는 형태다.

올해 1월부터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 명세서를 미제출하거나 불성시 제출할 시 가산세를 부과하는 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법인용 수입차 등록 문제가 몇 년간 문제 제기를 받아온 만큼, 지적 받는 운행일지 관련 제도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관련 법안들이 있으나 정확한 운행일지 작성이나 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며 "단속 관련 인프라를 투자하거나 엄벌주의를 통해 법인차의 사적이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용 차량의 번호판을 따로 운용할 경우 단속으로 운행일지와 실제 운용 현황을 비교해 벌금을 부과하거나 시민 신고를 받는 등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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