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엑스피펜 “와콤 독점 옛말, 태블릿 시장 업계 1위 노린다"

최용석 기자
입력 2022.01.21 06:18 수정 2022.01.21 12:03
2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 팬데믹은 사회 및 산업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대표적인 것이 재택근무, 원격 협업 등으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도입이다. 하향세로 접어들던 PC 시장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의 수요 급증으로 반등세로 돌아섰고, PC에 기반을 둔 게이밍, 콘텐츠 제작 등의 시장도 동반 성장하는 모양새다.

흔히 ‘디지타이저’로 알려진 태블릿(액정 태블릿&펜 태블릿) 시장도 그중 하나다. 온라인 수업이 전격 도입되고, 콘텐츠 제작 분야도 전문가 중심에서 일반인의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태블릿 시장도 급성장했다는 것.

백봉철 엑스피펜 한국 지사장 / 최용석 기자
태블릿 전문 브랜드 엑스피펜(XP-PEN)의 백봉철 지사장은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라며 "기존의 태블릿이 그래픽 및 영상 제작자, 아티스트, 웹툰 및 만화 작가 등 소위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코로나 이후로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교육 환경의 필수 장비로 떠 올랐다"라고 요즘 태블릿 시장의 근황을 소개했다.

태블릿은 일반적인 마우스와 터치패드처럼 커서(cursor)를 움직여 특정 대상을 선택하고 작용하는 포인팅 방식 입력장치 중 하나다. 다만, 커서가 빠르게 움직여 화면 대 특정 대상을 선택하는 데 특화한 마우스나 터치패드 등과 달리, 태블릿은 화면과 펜의 작동 범위가 1:1로 매칭되고, 펜 모양의 입력 장치로 사용자의 손놀림을 화면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덕분에 태블릿은 일반 마우스나 터치패드로는 어려운 필기나 드로잉 같은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다. 그래픽·영상 전문가나 아티스트 등이 태블릿을 많이 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펜과 갤럭시 탭, 아이패드 등 태블릿 디바이스의 펜을 통한 입력 기능도 모두 태블릿이 원조다.

백 지사장은 "특히 학교 교육마저 비대면 온라인 방식을 도입한 이후, 교사가 화면에 교육 내용을 판서하고 학생들이 이를 받아적거나 교사가 제시한 문제를 풀고 제출하는 도구로 태블릿이 큰 주목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시대에 꼭 필요한 ‘디지털 필기구’인 셈이다.

엑스피펜의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아티스트 22 2세대 액정 태블릿 / 최용석 기자
‘가성비 태블릿’ 분야 선두 브랜드로 성장

과거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다수의 관련 특허를 보유했던 ‘와콤(WACOM)’이 거의 독점했었다. 하지만, 와콤의 핵심 기술 특허들이 만료되면서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 브랜드간 태블릿의 품질과 기능, 성능은 빠르게 상향 평준화하고, 일반인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을 만큼 가격도 낮아졌다.

엑스피펜도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2005년 일본에서 디지타이저 전문 브랜드로 시작한 엑스피펜은 2015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독자적인 태블릿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꾸준이 끌어올렸다.

백 지사장은 "한때 와콤은 독점 특허를 바탕으로 펜 태블릿 시장의 9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엑스피펜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그 뒤를 쫓는 상황이다"라며 "특히 엑스피펜은 선도 업체에 버금가는 기능과 성능을 절반 수준의 가격, 사용자와 환경에 따른 다양한 수요에 맞춘 20여종이 넘는 풍부한 라인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태블릿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점유율 증가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 2020년 실적이 전년 대비 무려 3배나 늘었다는 것. 지난해인 2021년 역시 잠정적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약 2배가 넘는 성장을 달성했다고 백 지사장은 귀띔했다.

지사장이 직접 발로 뛰며 국내 시장을 개척한 것도 점유율 2위 달성 요인 중 하나다. 비용 대비 효과를 보장할 수 없는 외주 광고나 마케팅을 늘리기보다는, 실제 사용자들을 중점적으로 공략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사업을 전개한 지난 2019년, 전국 50여개 애니메이션 학원을 찾아다니며 전문가급 태블릿을 무상으로 제공, 수강생들이 직접 엑스피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 수강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물론, 제품의 우수성이 현장과 현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관련 학교, 학원 등에서도 50대~100대 규모의 주문이 늘면서 출하량과 매출도 빠르게 성장했다.

신용산에 위치한 엑스피펜 체험형 전시 매장 내부 모습 / 최용석 기자
생산 기지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도 최대한 살렸다. 국내에 자체적인 물류 센터를 구축하고, 파트너와의 협력 강화로 중간 유통 단계를 최소화했다. 이는 불필요한 비용과 가격 상승 요인을 억제하고, 엑스피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HP와 델, 엡손 등 굵직한 IT 기업을 두루 거치며 국내 IT 산업과 유통 구조, 시장 특성 등을 훤히 꿰고 있는 백 지사장의 오랜 노하우가 빛을 발한 결과다.

그는 "와콤의 특허 만료 이후 의욕적으로 태블릿 사업에 뛰어든 곳은 많았지만, 2년 이상 버티고 살아남은 브랜드는 얼마 안 된다. 제품의 특수성 때문에 충분한 자본은 물론,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엑스피펜은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 최적화한 접근법과 물류·유통망을 구축한 것이 단순히 시장서 살아남은 것은 물론, 짧은 시간에 점유율 2위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장래 밝은 태블릿 시장…점유율 30%대로 높이겠다

백 지사장은 국내 태블릿 시장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으로 인한 온라인 학습 시장에서의 수요가 계속됨은 물론,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콘텐츠 제작의 필수 장비인 태블릿 시장의 전망도 밝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예로부터 한국은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상당량의 애니메이션 제작을 수주해온 하청 강국이었고, 그만큼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제 한국이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K-콘텐츠’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잇따라 흥행하는 만큼 콘텐츠 제작에 필수인 태블릿 시장의 전망도 밝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 지사장은 엑스피펜을 국내 대표 태블릿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최용석 기자
지사장 취임 3년 차를 맞은 백 지사장의 올해 목표는 엑스피펜의 국내 점유율을 30% 선까지 끌어올려 업계 선두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다지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점유율을 50%까지 높여 업계 1위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신용산점(25see.co.kr)을 비롯해 자체 체험존을 갖춘 공식 협력사 7곳을 통해 콘텐츠 제작, 교육 분야의 공략에 더욱 힘을 내는 한편, B2B·B2G 분야로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백 지사장은 "태블릿은 더는 전문가용 장비가 아니다. 일반인도 쓸 수 있는 일반 입력장치가 됐고, 그만큼 미래 성장 가능성도 높다"라며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 선두 자리를 확고히 다지는 동시에,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최적의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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