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테크 규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카카오가 비공식 연구 모임을 추진하는 등 정부의 플랫폼 규제 리스크 대응에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이 같은 모임의 역할이 규제 연구와 자문이지만 향후 정부의 규제 정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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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2월쯤부터 법학과 경제학 등의 주요 전문 교수진을 섭외해 내부 연구모임에 초빙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는 전문가 섭외가 마무리된 상태다.

비공식 연구 모임은 국내외 빅테크 규제 동향을 연구하고, 공정위 규제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 내 정책을 담당하는 관련 팀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그동안 규제 이슈 등에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인 팀이 부재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여론이나 규제 이슈 등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팀이 존재해야 한다고 판단한 듯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 차원의 비공식 교수 모임이 운영될 경우, 자칫 당국의 규제 추진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업이 전문가 상당수를 이른바 ‘입도선매' 해놓으면, 규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는 규제를 추진하기 전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거나 연구용역을 맡기는 과정을 밟는다. 복수의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정위는 ‘네이버쇼핑-공정위 소송'처럼 특정한 사건이나 기업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기업 등에 자문한 교수진 등을 포괄해 여러 전문가들의 정책 자문을 구한다.

한 전문가는 "기업들이 비공식 연구모임을 운영하는 이유는 우호세력과 논리를 만들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유리한 관점을 하는 전문가 집단이 늘어날수록, 기업 입장을 관철시킬 기회가 직간접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전문성이 높은 연구진 숫자가 (생각보다) 제한적인 상황에서, 중립적으로 정책과 규제 방향을 연구할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드는 것도 우려 요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빅테크의 독과점 문제가 부각되면서 규제를 강화하려는 당국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수정안을 통해 플랫폼의 거래상지위남용(갑질) 기준을 정교화했다. 이어 지난 1월 발표한 심사지침을 통해 빅테크의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네 가지를 주요 법 위반 유형으로 제시했다. 시장 독과점으로 흐를 수 있는 빅테크의 경쟁제한적인 행위 규제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선정국을 맞아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 추진력이 다소 약해진 상황이지만, 빅테크 규제 강화가 글로벌 흐름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다시 규제 이슈가 점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그룹에 대해 감독의 칼을 빼든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을 받기 위해 부서 단위에서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며 "(해당 연구 모임의 존재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