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무의 테크리딩] 스테이블 코인(下)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입력 2022.01.23 06:00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각자의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학생은 미래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은 각자 직업의 미래 예상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대해 이해해야만 한다. IT조선은 [이학무의 테크리딩]을 통해서 기술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다지기와 이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기술 이해 방법을 제공한다. <편집자주>

테라(Terra)와 루나(Luna)

테더(Tether)와 DAI는 각각 법정화폐와 가상화폐를 담보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일반적으로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에 1:1로 페그(특정 국가의 통화에 자국 통화의 환율을 고정하는 제도)한 가상화폐)이다. 이와 달리 테라(Terra)는 독자적인 블록체인인 ‘콜럼버스’ 기반의 스테이블 코인이다. 콜럼버스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거버넌스 코인인 루나의 거래는 콜럼버스 블록체인에서 승인한다.

테라의 페그 유지는 테더와 DAI(메이커다오가 만든 스테이블 코인)와 같은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마찬가지로 시장참가자의 차익거래에 기반하지만 약간 다르다.

테더와 DAI는 담보를 시스템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테더, DAI를 대출받는 방식이다. 이후 시장참여자가 테더와 DAI를 시스템에 상환하면 해당 물량은 소각되고 그에 대응하는 담보 역시 해제된다.

반면, 테라와 루나는 시스템이 양쪽을 다 발행하는 구조다. 시장참여자가 루나를 시스템에 맡기면, 시스템은 새로운 테라를 발행해 지급한다. 그리고 받은 루나의 일부를 소각하고 나머지는 시스템 내 재무부로 보낸다. 재무부의 재원은 향후 테라 생태계를 키우는 데 활용된다.

스테이블 코인 개념 안내 그래프 / 테라폼랩스코리아
반대로 시장참여자가 테라를 시스템에 맡기면, 시스템은 테라를 소각하고 루나를 새로 발행해 지급한다. 테라가 고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차익거래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테라의 활용도가 커질수록 시장에서 테라를 사려는 수요가 늘고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이 때 시장참가자들은 시스템을 통해 루나를 테라로 환전한 후 차익거래에 나선다. 그 결과 테라의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은 기준 가격으로 하락한다. 더불어 루나의 공급량은 감소해 루나의 가격 상승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테라 활용이 적어지면, 테라의 수요 역시 감소해 가격 하락이 발생한다. 이때 시장참가자들은 테라를 루나로 환전해 차익거래에 나선다. 이처럼 시장참가자의 시스템을 통한 활발한 차익거래 덕분에 테라는 기준 가격에 수렴한다.

또한 루나는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하는 거래 검증의 보상으로써 제공된다. 루나 소유자는 콜럼버스 블록체인의 지분증명 검증자로 참여하거나 위임을 통해 테라 거래에서 발생하는 0.5%의 수수료를 가져갈 수 수 있다. 당연히 테라 활용이 많아질수록 검증자가 얻는 거래수수료도 증가한다. 이처럼 테라는 루나 덕분에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며 테라 생태계 내의 교환매체로서 원활히 작동할 수 있고, 루나의 가치 역시 테라의 수요가 커질수록 함께 높아진다.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테라 운영진이 간편결제 플랫폼인 ‘차이(CHAI)’와의 제휴를 통해 테라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 역시 선순환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차이 고객은 차이 앱과 연동된 계좌를 통해 현금을 충전한 후 결제한다. 우선, 고객이 차이로 결제하면 연동된 계좌에서 원화가 인출된다. 인출된 원화는 테라로 환전된 후 판매자의 지갑으로 송금된다. 판매자가 원하면 테라를 다시 원화로 환전해 지급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원화를 바로 송금하지 않고 테라로 환전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추가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카드사, 은행이 담당하던 역할을 테라 블록체인이 대체해 기존 1~3% 수준의 거래수수료를 최대 0.5%로 낮출 수 있다. 테라 생태계가 확장될수록 시스템 내 재무부의 루나 재원 역시 커져 수수료를 낮추고 각종 할인 혜택도 제공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차이 간편결제를 통해 발생한 테라 수수료가 루나의 수요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차이머니 충전을 통해 테라의 공급량이 잠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차이는 일정 수준 아래로 충전 금액이 줄어들면 자동 충전하는 기능과 함께 충전할 때 2~3%를 추가로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종의 캐시백인 셈이다.

이때 사용자의 충전금액은 테라로 환전돼 보관되므로, 차이머니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테라의 공급물량이 잠긴다. 공급이 줄어 테라 가격이 페그된 법정화폐 가치를 벗어나게 되면, 루나를 테라로 환전해 차익거래를 하고자 하는 수요를 유발하고 루나는 공급량이 줄어들어 가치가 상승하는 선순환을 만들게 된다.

초기에는 차이 플랫폼이 테라의 가격안정화와 루나의 가치상승에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차이는 법정화폐와 테라를 환전하는 과정이 있어 블록체인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차이는 충전을 통한 현금 선결제가 이뤄진 후 테라로 후지급이 이뤄지고, 판매자가 원하면 다시 법정화폐로 환전해 지급해야 한다. 즉, 순수하게 가상화폐만으로 간편결제 플랫폼이 운영되지 않는다. 저렴한 수수료를 제외하면 엄밀히 말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들과 다를 바 없다. 반쪽자리 블록체인 결제서비스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탈중앙화 금융플랫폼(DeFi, 디파이)’이다. 테라 개발자들은 다양한 디파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는 앵커(Anchor)다.
앵커는 오늘날 상업은행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예금에 가입하거나 대출할 때 쓰이는 화폐는 테라이고, 대출 담보물은 루나나 이더리움(ETH)과 같은 가상화폐라는 점이 다르다. 앵커는 19.5% 수준의 연간 이자를 지급해 주기 때문에 예금 수요가 높다. 앵커에 예금된 금액은 이미 55억달러(6조5478억원) 이상이다.

앵커 소개 이미지 / 앵커프로토콜
앵커는 예금을 통해 확보한 테라를 대출 재원으로 활용한다. 대출 수요는 루나, 이더리움의 보유자가 레버리지(많은 수익률이 발생하는 현상)를 일으키기 위해 활용할 것이다. 가령, 루나, 이더리움의 가격이 더 올라갈 것 같으면 이를 담보로 테라를 대출 받고, 추가로 이더리움 기반으로 가상화폐나 NFT를 더 살 수 있다. 현재 앵커의 대출 규모는 19억달러(2조2620억원)고,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은 34%다.

그런데 앵커의 수익 구조는 기존 상업은행과 차이가 있다. 상업은행의 수익구조는 대출 이자를 예금 이자보다 더 높게 수취하는 예대마진에 기초한다. 반면 앵커의 수익구조는 이더리움, 루나 등 담보물을 활용한 자산운용에 기초한다. 앵커의 주요 담보물인 루나는 테라 거래 결재를 승인하는 테라 블록체인의 거버넌스 코인이다. 그리고 테라는 블록생성과 검증에 있어 지분증명(PoS) 방식을 체택하고 있다. 따라서 지분 위임(스테이킹)을 통해 거래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는데, 스테이킹의 이자는 현재 연간 8% 수준이다. 스테이킹을 통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테라 블록체인의 생태계 운영에도 기여하는 식이다. 다만, 앵커의 사업수익이 최근 감소세에 있어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제 앵커의 수익구조를 간단한 숫자 계산을 통해 다시 보자. 앵커가 예금 55억달러에 19.5%의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선 10억7000만달러의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대출액은 19억달러다. 대출 이자로 10억7000만달러를 마련하려면 56%의 이자율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19억달러 대출에 대한 이자는 15.7% 수준이다. 3억달러를 마련할 수 있는 규모다.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차액인 7억7000만달러는 담보물의 스테이킹을 통해 충당한다. 현재 담보물 가치는 53억달러로, 앵커는 담보물 스테이킹 이자로 4억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3억7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앵커는 대출 이자, 스테이킹 수익 등을 축적하고 있는데 이를 수익예비금(Yield Reserve)이라고 한다. 현재 수익예비금은 5667만달러로 최근 감소세다. 앵커의 건전성이 의심되는 상황인데, 상황을 개선하려면 추가적인 수익을 확보하거나 대출 이자를 낮추는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앵커는 대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대출자에게 자체 거버넌스 코인인 ANC를 지급한다. 연간 대출금액의 13.5%에 달하는 가치의 ANC를 분배한다. 실질적인 대출이자율은 2~3% 수준이다. 대출자는 ANC의 가치상승에 따라 대출을 받은 후 오히려 수익을 낼 수 있다. ANC를 통해 앵커의 미래성장 방향(이자율 변경, 담보물 추가 등)에 의제를 내고 투표도 가능하다.

현재는 수익예비금이 감소세지만, 결국 앵커와 같은 테라 기반 디파이가 활성화될수록 테라 사용 역시 활성화되고, 루나의 공급량도 잠기는 두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시스템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테라 개발자는 현재 앵커뿐 아니라 ▲투자 디파이인 미러(Mirror), 네뷸라(Nebula) ▲저축 디파이인 프리즘(Prism), 마스(Mars), 레바나(Levana) ▲DEX인 아스트로포트(Astroport) ▲보험 디파이 서비스인 오존(Ozone( 등으로 플랫폼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테라는 스테이블 코인 지위를 갖기 위해 플랫폼 생태계 유지와 확장을 위해 노력한다. 테라 생태계가 위축될수록 테라 수요는 감소한다. 하락하는 테라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루나의 추가발행이 지속돼야 하는데, 이는 루나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콜럼버스 블록체인을 유지하는 검증자와 위임자는 자신이 보유한 루나의 가치가 하락할수록 점차 스테이킹을 취소하고 루나를 연쇄적으로 매도한다. 잘못하면 테라 생태계의 위축은 콜럼비아 블록체인 전체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테라가 처한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테라 개발자들은 죽음의 나선과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상황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테라의 활용 분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여전히 테라 서비스 대부분은 디파이밖에 없다. 금융 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다른 산업과의 연계도 반드시 필요하다. 연결 없이 오로지 예금, 대출, 투자로 생태계 영역이 쏠리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디파이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면서 최근 뜨는 메타버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반드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통신서비스 애널리스트 leehakmoo@gmail.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등 IT 산업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및 신재생에너지 산업까지 다수의 성장산업을 분석한 신성장 산업 분석 전문가다. 공학을 전공하고 비즈니스를 20년간 분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이끄는(lead) 기술 읽기(read)를 제공한다.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