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인수를 발표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유명 타이틀 ‘콜 오브 듀티’가 경쟁사인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에서 계속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발표로 소니에 ‘주가 급락’이라는 악재를 선물한 뒤 나온 행보다.

필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필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엑스박스 브랜드를 총괄하는 필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소니의 리더들과 이번 주 좋은 통화를 나눴다"며 "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시 기존의 모든 계약을 준수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콜 오브 듀티를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바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펜서 CEO는 이어 "소니는 우리 산업에 중요한 일원이다"라며 "우리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펜서 CEO의 발언은 MS의 액티비전 인수 발표 이후 소니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앞서 MS는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으로 유명한 미 게임 개발사 액티비전을 총 687억달러(약 81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테크 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다. 액티비전의 주주들과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인수가 최종 확정된다면 MS는 매출 기준으로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세계 3위의 게임 회사가 된다. 앞으로 MS와 소니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역사적 거액을 들여 인수를 결정한 만큼 MS가 차후 액티비전의 유명 타이틀을 무기로 경쟁사와 싸워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특히 PS의 최고 인기 타이틀 중 하나인 콜 오뷰 듀티가 MS의 구독형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패스’에서만 독점 제공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스펜서 MS 게이밍 사업 부문 CEO가 직접 트윗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미 소니는 타격을 입고 난 뒤였다. MS의 액티비전 인수 발표 직후인 19일 일본 소니그룹 주가는 도쿄 증시에서 12.79% 떨어진 1만2410엔에 마감했다. 이 같은 하락 폭은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또 소니의 PS는 MS의 게임기 엑스박스에 우위를 지켜왔지만, 이번 MS의 액티비전 인수로 압박을 받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스펜서 CEO의 발언에도 소니의 주가는 약세를 이어갔다. 21일 종가 기준 소니 주가는 1만2955엔으로, 오히려 전일 대비 1.37% 떨어졌다. 인수 발표 후인 19일 종가와 비교하면 4.4% 회복한 수준이다. 소니 입장에서는 MS가 병 주고 약을 준 셈이 된 것이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