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발생한 사망사고…어려워진 중대재해법 완화 요구

조성우 기자
입력 2022.01.24 06:00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에서는 법 적용 대상의 모호함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법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철강, 조선업 등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해 더 이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27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재계는 법 적용 대상인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모호함 등을 문제 삼으며 보완 입법 및 처벌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 전경련 및 코스닥협회 회원사 안전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1곳 중 55곳(77.5%)이 중대재해법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회원사 151개 기업에게 실시한 ‘2022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서도 차기 정부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노동 관련 법·제도로 중대재해법 개선(33.1%)이 가장 많이 꼽히기도 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포스코
정부는 재계의 반대에도 계획대로 해당 법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최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중대재해법에 따른 처벌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경주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산업현장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해 재계가 중대재해법 보완 입법 및 완화를 요구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으로 인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명분을 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9시47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용역사 직원 A씨 이동 중인 장입차(쇳물 생산에 필요한 연료인 코크스를 오븐에 넣어주는 장치)와 충돌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0시40분께 숨졌다.

포스코는 사망 6시간 만에 최정우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회장은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인해 희생된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이하 삼호중공업)에서도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9일 오전 8시56분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사내 협력사 근로자 B씨가 사망했다. B씨는 화물창 청소를 위해 동료 근로자 4명과 함께 사다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관 삼호중공업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유족들이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안전관리 시스템을 보완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전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로 인해 정몽규 HDC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입장이 완강한 상황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 재계에서 중대재해법 관련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졌다"며 "오히려 관련 규정 강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업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이런 부분도 유심히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