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와 비슷한 장기유사체라는 뜻을 가진 ‘오가노이드’가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 차기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이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도 보완 및 규제 완화를 통해 국가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사장기를 뜻하는 오가노이드가 최근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픽사베이
유사장기를 뜻하는 오가노이드가 최근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픽사베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뇌사상태 환자에게 돼지 신장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서, 동물장기 및 인공장기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Organ(장기)과 Oid(비슷한)의 합성어다. 실제 장기 기능의 구조를 닮았고 크기는 수백㎛에서 1㎜로 작아 미니장기 또는 유사장기라고 불린다. 자가조직화(self-organizing)가 가능해 생체 장기를 모방할 수 있는 첨단바이오기술이다.

오가노이드의 학술적 정의는 체내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미분화세포인 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법으로 재가공해 만든 세포 집합체로 풀이된다.

최초의 오가노이드는 1957년 에띠엔느(Etienne Y.)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2009년 네덜란드 Hubrecht 연구소 Hans Clevers 연구팀이 3차원 배양을 통해 정교한 구조의 장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이후 여러 장기와 장기 연관 조직에 대한 오가노이드 분야가 발달하면서 오가노이드 산업 역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오가노이드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유사장기로는 종양, 장, 뇌, 간, 폐, 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오가노이드가 장기이식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오가노이드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7706명이지만 장기이식 충족률은 9.5%에 불과하다.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인공장기 시장 규모는 2023년까지 53억7000만 달러(6조5000억)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에서는 제넨바이오와 티앤알바이오팹이 이종장기이식 분야와 오가노이드 분야를 선점하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장기이식센터장을 역임한 형질전환돼지 이식 연구 분야 최고 전문가인 김성주 대표가 설립했다. 여기에 정부가 주도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박정규 전 단장(서울대 의대 교수)도 사외이사로 합류한 상태다. 김 대표는 삼성서울병원 재직 당시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6개월 생존에 성공할 정도로 이종장기이식 분야에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한국은 20여년 전부터 정부가 국가과제로 이종장기이식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이종장기에 대한 비임상 실험 데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고 강조했다.

제넨바이오는 2019년 식약처에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사용되는 이종췌도 임상 1상을 신청했다. 피부 혈관 조직 제품은 오는 2월 말 GMP 시설이 완공되면 바로 제품화가 가능하다.

티앤알바이오팹은 오가노이드의 핵심인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3D바이오프린팅은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복잡하고 정밀한 3차원 구조체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인공조직, 인공장기, 세포 구조체 제작 분야 최적의 기술로 평가된다.

바이오잉크와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세포들을 이상적으로 배열시켜 실제 조직과 유사한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과도 생체조직 ‘스캐폴드’를 공동개발 중이다.

또한 티앤알바이오팹은 피부 독성을 실험하기 위한 피부 오가노이드 ‘티엔알 랩스킨(TnR LabSkin)’과 간 독성 시험에 필요한 간 오가노이드 ‘티엔알 랩리버(TnR LabLiver)’를 연구중이다.

하지만 오가노이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저해요인을 해결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규제 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기술 선점은 바이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다"며 "재생치료제 관련 규제와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치료 등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제도들을 일부 완화해 오가노이드 같은 인공 장기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